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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08-01-20

    검은 눈물을 닦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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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유류피해 현장에 자원봉사자들을 태워가기 위해 길상사 입구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 현재 시각 새벽 5시30분. 평소같으면 곤히 잠들어 있을... 음냐~~!!




차량에서 내려 방제복으로 갈아입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 빨리 방제복으로 옷 갈아입으세요~~!!




해안가 바위변에서 모두 고개를 숙인채 열심히 기름 제거를 하고 있다. 누가 하나 꾀를 부리는 사람이 없다. 이날 봉사를 위해서인지 추운 날씨도 제법 풀려 다행스러웠다. 햇살만큼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토요일 휴무를 하는 기관이 많아서인지 기름 제거를 위해 자원봉사들이 구름처럼 운집하고 있다. 와~~!! 저 많은 사람들 좀 봐. 도대체 몇 명이야. 하나, 둘, 셋....



기름의 흔적이 남아있는 바위들. 바위에 붙은 검은 기름은 많이 제거되었지만 검게 칠해진 흔적들은 사람들 손길에도 지워내기가 힘들다. 돌들이 말한다. 내 빛깔을 돌리도!!



아,..차! 내 소개를 안 했네. 난 충북 태안군 소원면 구름포 해수욕장이라고 해. 올 여름 많이 놀러 올거지...



기름닦는 아낙네야~~! 방제복이 흠뻑젖는다. 무슨 기름 그리많아 포기마다 눈물나누나. 홀어머니 두고 방제가던날 구름포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소리만 어린 가슴속을 태웠소



아저씨... 뭐 보고 있어요. 기름 닦아요!!



바닷물이 자꾸 차 오르네. 야 얘들아 밖으로 나가자!



오~메! 시상이나... 요긴 완전히 유전밭이네. 심봤대이~~



기름 때문에 해안가 바위덩이를 밑으로 끌어놓은 모습. 절경을 자랑하던 모습도 이제... 씁쓸하다.


태안의 검은 눈물을 닦고 있는 이모조모 모습들.



세계의 어느 역사에도 없는 기록적인 자원봉사자들의 행렬로 인해 태안은 어느정도 옛 모습으로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가는 듯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시 옛 빛깔들을 찾았지만 조금만 땅을 들추면 검은 기름층이 땅속에 그득합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이기에 석유층을 보니 참으로 기가막히면서도 허탈한 웃음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모두들 땅에서 검은 기름이 나오니 우리나라가 산유국이라도 된 듯 합니다.


기름 제거를 위해 한 명 한 명 모여든 자원봉사 물결이 2008년 태안의 모습들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묵묵하게 열심히 기름 제거를 하는 손길들은 하나 하나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우리가 태안을 찾았지만 우리가 찾아간 것이 아니라 생명이 우리들을 불러서 구름포 해수욕장으로 향했겠지요.... 검은 절망에 빠진 태안 주민과 그 기름으로 인해 무수히 죽어간 검은 주검들이... 그래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기름 제거를 하면서 해안가를 보니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보이지 않더군요. 집게며 조개들이 해안가 가득 생명을 이어오던 그 땅. 그 바다. 다시 그 생명들의 호흡을 불어넣기 위해 작은 손길들. 발길들은 계속해서 이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죽인자들은 있는데 그 죽인자들은 말이 없습니다. 아직도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하는 생각들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록 몸으로는 가지 못하지만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주는 마음들이 있기에 앞으로도 봉사의 물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질 것입니다. 지금 태안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깜깜한 절망의 어둠에서 태안의 기적을 이룬 작은 정성들로 인해 약간의 밝은 햇살이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죽었던 생명들이 다시 숨쉬기까지는 그 기약을 알 수 없지만 곧 원래 상태로 돌아가겠지 하는 희망을 내다봅니다. 그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살 수 있다고! 그 희망을 노래 합니다.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