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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08-01-07

    구름포에서의 방제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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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구름포 해수욕장입니다.

지난 1월 5일(토) 13명의 맑고 향기롭게 모임과 길상사 신도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등이 태안 원유 찌꺼기 제거 작업을 위해 찾은 곳입니다.

새벽 6시, 한밤중 같은 깜깜한 어둠 속에 너무나 조촐하게

9인승 승합차 한 대, 승용차 한대에 나눠타고 길상사를 출발했습니다.

물때가 오후 1시라고 해서 출발 시간을 앞당겨 가면서도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면 좋겠다고들 했습니다.

다만 너무 적은 인원이 가게 돼서 부끄러울 뿐이라고,

점심 먹는 시간도 아껴서 기름 제거 작업하고 올라가자고 하며 찾은 곳입니다.


포크레인이 큼지막한 돌들을 들어내고 있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기 힘든 것들인지라 이렇게 들어내서 그 사이사이 스며있는 기름찌꺼기를

닦아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고운 모래밭이 펼쳐진 구름포 해수욕장의 양 옆은 커다란 돌들이 넓게 펼쳐지듯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멀리서도 까맣게 보이더니 가까이 가보니 역시 기름을 뒤집어 써 검게 보였던 것입니다.

작은 조개들이 기름을 뒤집어 쓰고 죽어 있었습니다.


다른 바위에는 굴껍질마다 기름찌꺼기들이 고여 있었습니다.



해수욕장으로 들어서려는데 할머니 세 분이 붙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기 모래밭보다 저그 벼랑 바위들 너머가 심각혀요. 사람이 갈 수 있걸랑. 근디 지름땜시 미끄럽고

가팔라서 위험한께 젊은 남자들 좀 그리 가라고 혀줘유. 저그는 우덜은 가지도 못혀. 근디 거그 기름이 기양 다 붙어 있서어~ . 하도 속 상혀서 잔소리 하러 나왔는디 봉사 온 사람들헌티 그러자니 미안시럽고 한디 원쩐디야~."

할머니들의 말씀을 듣고 어느 단체의 인솔자인지 남자 분 한 분이 서둘러 봉사자들을 이동시키셨습니다. 맑고 팀은 거사님 한 분, 남학생 한 사람 빼고는 11사람이 여자들이어서 우선은 제가 가보고 자리를 이동할 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젊은이들, 남자분들이 주저함 없이 해안 끝 절벽가로 줄지어 가셔서 얼마나 든든하던지요.


할머니 말씀처럼 해안가 절벽 바위 틈에는 원유 찌거기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습니다.


어느새 자리 잡은 한 아저씨가 기름 찌꺼기를 닦아내고 있습니다.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어제 저녁 방송에서 들은,

이제는 기름 냄새도 거의 안난다고, 어느 정도 방제 작업이 많이 되었다는 말들이 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절벽 쪽 사태가 심각했지만 가는 길에 두 번이나 넘어지고 보니 여자들 일색인 맑고 팀이 이쪽에서

작업하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을 안고 돌아섰습니다.


박희숙 회원입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지도 모르고 기름을 닦고 있네요.

얼굴 좀 들어보라니까 시간 없다고, 저리 가랍니다.


어머니 최애경님과 아들 윤해준 군, 이정언 님입니다. 역시 카메라가 오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습니다.

절벽 쪽은 위험하니 포기하지만 대신에 모래밭 부근 보다는 자갈 밭 저 안쪽이 기름이 별로 제거되지

않았다고 맑고 팀은 더 들어가서 작업하자는 인솔자의 말에 일행들은 당장에 일어서 주셨습니다.


이수자 님 역시 이를 어쩌나, 이 기름을 대체 언제 다 닦아내나 걱정을 하시면서 기름을 닦아내고

계십니다.


이혜경, 이은경 자매는 전날 두툼한 모자까지 사서 쓰고 왔습니다. 벌써 몇 개의 헌 옷가지들이 기름

투성이가 되어 있습니다. 9시 무렵 도착해서는 아직 찬 바람이 불어서인지 기름 제거가 쉽지 않더니

오전 11시 쯤 되면서 햇볕이 비추기 시작하자 마치 바위들이 기름을 퐁퐁 솟아내듯 기름방울들이 생

겼고, 햇빛을 받아 까맣게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했습니다.


시계가 12시를 넘기면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맑고 팀 가까이서 작업하던 젊은이들이

바로 뒤에까지 물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바위 닦기를 하고 있습니다.

방학이어선지 학생들로 보이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았는데요.

개중에 어떤 학생은 가지고 온 면 헌옷가지가 몇 개 안되서 기름 닦은 옷가지를 바닷물에 빨아

다시 다른 바위를 닦아내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소리쳐 말렸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해 했습니다. 하지만 울산에서 친구랑 둘이 왔고 중 3이라는 말에 야단을 치기보다는

칭찬을 해 주고 말았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기특하지 않습니까~~


절벽 뒤에서 봉사하던 분들이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기름 닦은 옷가지를 담은 자루를

저렇게 마치, 산타 할아버지처럼 등짐으로 지고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돌밭을 저걸 지고

나가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기름까지 먹어 미끄러워 조심조심 하시네요.


저분은 부표로 사용되던 기름 뒤집어 쓴 스치로폴 덩어리를 아기 안듯 안고 가시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분명 같이 움직였건만 얼마쯤 지나고 보니 어디서 작업을 하시는지 안보시더니 안종대 님이 여기 계시네요.

맑고 팀이 자리 이동을 한 줄도 모르고 기름 닦고 계셨던 겁니다. 조정자 회원님도 마찬가지구요.


물이 들어오는 대로 뒤로 뒤로 물러나 앉으며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물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

이제는 밖으로 나가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우리 회원님들, 좀체로 자리를 뜨려 하지 않으시네요.


누구는 아직도 기름 닦고 있고 누구는 해변가로 나가는 모습이 아닙니다.

그날의 봉사자 모두가 그랬는데요. 물에 쫓겨 나가면서도 햇빛 받아 기름 방울로 변한, 닦아내기 좋은

상태로 까맣게 반짝이는 돌을 보면 우리 이은경 회원님처럼 그대로 주저 앉아 저렇게 잠시나마

또 닦아내고 일어서곤 했답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맑고 팀이 작업한 돌자갈밭의 반대쪽에도 역시 많은 봉사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니 작은 병아리들이 모여 앉아 있는 것처럼 평화롭게만 보이는데....


해수욕장의 한 가운데, 모래사장 역시 한 무리의 봉사자들이 열심히 기름 먹은 모래를 닦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다익선~ 봉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습니다. 자갈 한 알 한 알,

모래 한알 한알을 닦아내야 하는 거니까요.


한계순 회원님~ 이제 그만 일어나요. 아예 철퍼덕 앉으셔서 까만 기름찌꺼기를 닦아 주십니다.

그 손길, 저 돌들도 충분히 느낄겁니다. 그럼요~


흰색, 회색, 노랑색, 곤색의 방제복을 입고 나면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어느 팀으로 소속되어 봉사를 왔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해변이, 이 소중한 바다가 다시 맑고 향기로운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손길을 부지런히 놀릴 뿐이지요.

당신들 모두가 관세음보살님들이십니다.

당초 맑고 팀은 점심도 휴게소에서 늦게 먹기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1시가 넘었는데도 적십자사와 ㅇㅇ교회에서 보내온 밥차에서 봉사자들에게 점심과 차를

제공하고 있기에, 좁은 주차장에 대형 버스며 승합차 등등 봉사차량들이 몰려 나갈 수가 없기에

일행은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님이 주신 밥을, 국을, 커피 한 잔을 맛나게 먹었습니다.

이런 나눔의 장소에 ㅇㅇ절에서 보내온 밥차, 음료 제공 부스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웠습니다만 사고 피해 지역이 너무나 넓으니 아마도 구름포가 아닌 다른 장소에는 분명

불자들의 도움의 손길도 많을거라고 서로들 위안을 했습니다. ㅋㅋ

토요일이어서 귀가 길이 많이 막혔지만 맑고, 길상사 봉사팀 13명, 잘 다녀왔음을 보고 드립니다.

이상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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