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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06-01-12

    저에게 용기를 주소서.

본문

소한을 전후하여 몸을 움츠려들게 하는 추위가 한창 맹위를 떨치더니 금년 들어 첫 자제정사 봉사활동을 가는 날인 1월 8일. 부처님께서 봉사활동을 잘 하라고 도와주시어 날씨도 많이 풀려 맑고 따뜻한 햇살에 낮에는 영상의 기온이 되었다. 서울에 살게 되면서 개인적인 일로 지난 일 년 동안만 봉사활동을 하리라 마음먹고 맑고향기롭게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을 시작했는데, 뜻하지 않게 자제정사 부처님의 가피로 서울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되어 일 년만 하리라는 봉사활동도 계속할 수 있게 되어 저로서는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더구나 봉사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풋과일마냥 풍기는 풋풋한 냄새도 가지 않은 저에게 자제정사 봉사활동 팀장이라는 중책을 맡겨 주어 부담감 반 기쁜 마음 반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첫 봉사활동을 주관하게 되었다. 정말 나에겐 늘 고마운 일들만 일어나는 것 같다. 마음씨 좋고 늘 수줍은 듯 건드리면 흐트러질 듯 한 고운 목소리로 정말 성실하게 봉사활동을 하시고 계시는 임사용님을 총무로 함께 일 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새해 첫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많은 회원님들이 참석하여 서로 인사를 나누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 보았다. 사전에 총무님이 새해이고 처음 임원을 맡아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만큼 떡을 해 가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참 좋은 생각이라고 알려 주었다. 총무님은 어떤 생각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는지 모르겠으나 난 자제정사 부처님께 올해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알리고 봉사자들이 좋은 일을 하면서 다치거나 하여 시설에 피해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도 함께 드리고 싶었다. 봉사활동 첫날, 아쉽게도 그동안 날씨도 춥고 연초 개인적인 일들이 많아서인지 내가 생각한 만큼의 회원이 참석하지 않았다. 참여한 인원보다 참여한 회원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하며 참여 인원에 대한 미련을 접어 두기로 했다. 봉사(奉仕)는 개인을 희생해서 사회나 남을 위해 헌신하는 일이다. 남을 위해 헌신 하는데 좋고 나쁨을 가려서는 안 될 것이고, 더구나 어떤 대가를 바라서도 안 될 일이다. 봉사는 부처님의 말씀대로 무주상 보시의 생각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올해 첫 봉사활동은 『우리가 얼마나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시설에 정성을 다해 도움을 주고 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애써 위안을 삼았다. 말 안 듣는 자식에게 “너도 커서 장가/시집 가서 애들을 한번 낳아 봐라.” 하는 말처럼 부모님의 속 타는 마음을 잘 대변해 주는 말이 없다. 그동안 봉사활동은 전임 팀장님이 보내주신 봉사활동 안내를 받고 준비해 준 차를 타고 내 몸만 달랑 가져가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바뀌어 안내 메시지에 참여 인원까지 파악하여 이동할 차량까지 준비 하려니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여러 가지로 부족하여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임 팀장님의 수고로움을 한껏 느끼게 되었다. 이번에는 진인선원팀과 봉사활동 일자가 겹쳐 맑고 본부의 봉고차를 이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1월 1일이 첫째 주 일요일이라 둘째 주로 옮긴 것은 자제정사팀이니 차량을 우리가 이용한다고 할 수가 없었다. 진인선원 팀장님께서 일부러 차량을 양보해 주어 고맙다는 전화까지 받으니 도리어 무안할 뿐이었다. 늘 빠지지 않고 차량봉사를 해주시는 홍순선님의 지원으로 봉고차를 한 대는 준비할 수 있었으며, 다행인지 불행인지 참여 인원이 적어 김경해님과 김처중님께 승용차를 부탁하고 제 차까지 준비하니 좌석이 여유롭게 되었다. 물론 당일은 추가 미참자가 있어 좌석이 남아 김경해님의 승용차는 두고 가야 했지만. 첫 봉사활동을 제대로 준비 못한 탓에 지난 해의 부담없이 봉사활동 갈 때보다 자제정사로 향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차라리 끝까지 팀장을 못 맡겠다고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승용차를 직접 몰고 가는 것도 처음이라 길까지 잘 못 들었다. 다행히 길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자제정사에 도착하여 먼저 총무께서 준비해 온 절편과 인절미를 법당에 들러 부처님께 먼저 올리고 염불당에 모여 새해 총무스님으로부터 좋은 설법 겸 덕담을 듣고 떡을 나누어 먹는 것으로 새해 인사겸 신임 팀장 인사를 했다. 스님께서는 올 한해를 살아가는 마음자세로 『분별심으로 부터 모든 시비가 일어나니 분별심을 버리라는 것과 사람은 중심을 바로 잡고 살아가야 한다며 올 한해도 모두에게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짧은 설법과 새해 덕담까지 해 주셨다. 아직 식지 않은 말랑말랑한 인절미와 절편이 이곳까지 차량에 실려 오며 부대끼고 눌러져 서로 끈끈하게 달라 붙어 있었다. 인절미처럼 모두 한해를 부드러우면서도 끈끈한 정으로 뭉쳐 서로 보듬으며 즐겁고 기분좋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기를 시원한 동치미 국물 한 숟가락 목구멍에 넘기며 애써 기원해 보았다. 봉사팀은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원주스님으로부터 할 일을 배정 받아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여자들은 법당을 비릇하여 대청소를 하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오전에는 고추밭에 가서 지난 가을 고추를 모두 거둬들이고 뽑아 군데군데 모아 두었던 마른 고추 대를 태우고, 오후에는 메주를 달아 놓았던 시렁을 철거하는 것과 연화당 후원 옥상에 언 얼음을 깨어내는 작업이었다. 약간 추운 날씨였지만 오랜만에 들판으로 나가 불을 피우는 마음은 어린 시절 한 겨울에 썰매 타러 들판으로 나갔다가 추위에 떨면서 나뭇가지를 모아 모닥불 피우고 불을 쬐는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기압이 고른 오전이라 바람도 불지 않아 불씨가 바람에 날릴염려가 없어 고추대공을 태우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였다. 고추대는 밤새 내린 서리 때문인지 약간 축축해져 있어 옆 밭에 베어 놓은 마른 들깨 대를 불 쑤시개로 하여 불을 붙였다. 잘 마른 들깨대는 깨가 빠진 빈 깍지에서 싸르르 소리와 함께 들깨냄새를 풍기며 힘차게 타들어 갔다. 고추대도 덩달아 맹렬히 불꽃을 내며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 타 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올 한해는 저 불꽃처럼 모든 번뇌가 다 타서 날아 가기를 바랬고 봉사활동도 불꽃처럼 활활 잘 타 오르기를 기원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불기둥의 열기를 피해 이리저리 몸을 피하며 타다 남은 잔가지들을 모아 던져 넣다보니 추위도 잊고 어느새 모두들 웃옷을 벗어 놓고 불을 질러야했다. 타고 난 숯불이 벌겋게 달아 있어 저 숯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분인지 그 분도 고구마 생각이 났는지 고구마를 가져오라고 했고 잠시 후에 언제 가져 왔는지 작은 고구마 몇 개를 내 밀었다. 타고 남은 잔불을 긁어모아 고구마 몇 개를 숯불로 잘 덮어 두었다. 고구마를 덮은 재를 바라보니 어릴 적 마을 앞 들판으로 썰매 타러 갈 때 늘 호주머니에 고구마 몇 개씩을 넣고 가서 구어 먹었던 아련한 추억이 떠 올랐다. 쌀이 부족했던 어린시절 우리 집은 가을걷이가 끝나기가 무섭게 쌀은 왜 그리 빨리 떨어졌던지. 그래서 겨울이면 늦은 봄까지 뒷산 비탈 밭에서 캔 20여 가마의 고구마가 무 보리밥과 함께 우리 집 주식이 되었다. 소쿠리에는 늘 찐 고구마가 담겨 있었다. 우리 집 고구마는 물고구마라 생으로 깎아 먹기에는 좋은데 찌면 물컹해져서 팍신한 것 먹으려고 찾다가 형님들께 대들며 다투기도 많이 했다. 썰매 타러 가면서 주머니에 고구마 넣는 것을 어머니께 들키면 또 놀러 나간다고 혼날까 봐 안방 윗목에 가마니를 풀어 둥글게 통을 만들어 넣어 둔 고구마 몇 개를 어머니 몰래 아래 위 호주머니가 있는 대로 쑤셔 박아 넣고는 불뚝 솟아난 허벅지 호주머니가 앞 뒤로 덜렁 거리도록 내달렸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나일론이 많이 섞인 바지의 호주머니 속은 왜 그렇게 잘 터지는지 가끔 어머니께 들킬까 동구 밖까지 숨 가쁘게 달리면 호주머니 속의 작은 고구마들은 쥐새끼 빠져 나가듯 떨어져 발등을 때렸다. 다시 되돌아 주울 수도 없어 그냥 내 달리고는 큰 고구마 하나만 달랑 꺼낼 때의 황당함과 아쉬움도 있었다. 모닥불이 약해 설익은 고구마 였지만, 썰매를 타다 배고픈 상태에서 먹는 그 맛이란. 친구들끼리 서로 먹으려고 다툼도 믾이 벌였는데. 고구마가 익을 즈음 다른 분들은 고추대공 태우느라 정신없는 사이 잘 익은 고구마를 꺼내어 냠냠 먹었다. 연기가 하늘 높이 올라간다. 그 연기에 내 양심까지 날아가 버렸다. 오후가 되어 거사님들은 2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지난 10월 메주를 메달아 놓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을 해체하여 옮기는 작업을 하였고, 나를 포함한 세분은 지난달에 내린 눈이 녹으면서 얼어붙은 식당 바로 위 옥상에 얼어붙은 얼음을 깨 내는 작업을 하였다. 얼음이 언 곳은 낮이 되어도 빛이 들지 않은 곳이라 지난번에 내린 눈이 녹은 물과 3층 지붕에 있던 눈이 녹으면서 흘러내린 물이 배수구가 얼어 빠지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이 얼음은 날씨가 풀리는 낮이면 녹아 벽으로 스며들어 밑에 있는 식당 천정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얼마 전에 아저씨 혼자서 얼음을 깼다고 했는데 깬 얼음을 버리지 않아 다시 옥상에서 흘러내린 물과 함께 얼어붙어 두꺼운 곳은 10센티미터도 넘게 얼어 있었다. 망치와 긴 지렛대를 이용해서 얼음을 깨는데 보통 작업이 아니었다. 난 아직도 어깨가 뻐지근하다. 아마 함께 작업한 분들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오전에는 불을 피우느라 불이 뜨거워서, 오후에는 얼음 깨느라 몸이 더워서 웃옷을 벗고 작업을 해야 했다. 땀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까 걱정이 된다. 메주걸이 구조물 해체 작업도 만만찮은 작업이었던지 작업 하신 분들 모두 고생한 얘기를 털어 놓았다. 일을 하는데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얼음 깨어 처리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길어져 첫 봉사활동에서 봉사자들에게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은 것 같다. 그렇다고 남은 것을 그냥 두고 올 수도 없어 마저 끝내다보니 일부 봉사자들은 일찍 귀가해야 하는데 부담을 준 듯해서 정말 미안했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전임 팀장님께 시간도 많이 지체하고 봉사자들에게 너무 많은 일을 줬다고 한소리 들어야 했다. 그렇지만 지난 여름 벽돌 까는 작업을 마지막까지 도와 드리지 못하고 중간에 돌아올 때의 아쉬움에 비하면 그래도 마음만은 룰루랄라였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번 소한에는 정말 많이 추웠다. 소한이 지나면서 추위도 많이 풀렸고, 이제 큰 추위가 당분간 없다고 하니 언 땅도 서서히 풀리지 않을까 기다려진다. 다음 달 봉사활동 가는 날은 봄이 온다는 입춘이 지난날이라 찬 바람 속에도 조금 더 훈풍이 섞여 불어오면 그 바람에 더 많은 회원님들께서 실려 봉사활동에 오리라 기대를 해본다. 새해 첫 자제정사 봉사활동에 참여 하셨던 분들 참으로 열심히 일하셨는데, 시간을 많이 빼앗고 힘든 일을 너무 많이 맡게 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왕초보자임을 이해 바랍니다. 이 날 차량 봉사를 해 주신 홍순선님, 김처중님, 전임팀장님께 감사드리며, 떡을 준비해 주신 총무님도 고맙고, 아직 봉사자분들 이름을 알지 못해 일일이 열거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봉사해 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깊은 감사와 고마움을 전합니다. 올해는 매일 매일 매사에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기로 하고 새벽기도 때마다 부처님께 어제의 감사했던 일과 고마웠던 일을 말씀드리는데, 그 다음날 저에게 감사와 고마운 마음을 부처님께 전할 수 있도록 해 주신 분들 다시 한번 정말 고맙습니다. 자제정사 봉사팀 파이팅! 저에게서 좋은 향기가 나도록 하겠습니다. 2005. 1. 12. 이른 아침에 『하얀 구름』 글을 잘 쓰지 못해 후기 글을 너무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