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얼음장 밑에서, 고요히 좌정하고 앉은 빈 산에서 ,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 치는 들판에 쓸쓸히 서있던 허수아비의 어깨 위에서 봄은 그렇게 시작되어 어느 따사로운 봄날 여린 싹을 틔워 하루가 다르게 바삐 푸른 물감을 먹여서 온 산천을 초록 동산으로 가꾸어 가고 있다. 무섭게 내리 쬐는 폭염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견뎌낸 끝에 가을 선들 바람이 불때 쯤이면 갖가지 색으로 온 산천을 물들여 가리라. 이제 여름 초입인데 마음은 어느새 형형색색으로 수놓아질 무지개 동산으로 내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