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정 스 님
김재균 / 국회의원 (광주광역시 북구)
남루한 가사 한 벌 육신을 덥고
손때 묻은 대나무 평상에 누워
불길 속으로 무심히 들어가네
다비식 쓰일 참나무 소나무들
한 생을 잘 준비해 왔구나
그를 위해 기꺼이 몸을 사르는 걸 보니
최후의 병상에서 눈물 자아낸
해남 미황사의 동백꽃 봉오리
순천 불일암 뜨락의 매화꽃가지
하얀 연기 속에 너울너울 사라져
무소유로 살아온 삶마저 지우려는지
모든 흔적을 버리고자 할 뿐
재가 되어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청빈하게 걸어 온 스님 행적
손수 지으신 나무의자로 남았나니
덧칠하지 않은 순결한 영혼의 빛깔
대숲 사잇길에 지는 홑겹의 꽃잎
맑고 향기롭게 온 누리에 가득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