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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09-12-10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본문

침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


초면이든 구면이든 말이 많은 사람한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나도 이제 가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말수가 적은 사람들한테는


오히려 내가 내 마음을 활짝 열어 보이고 싶어진다.


사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꼭 필요한 말만 할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말이 여물도록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밖으로 쏟아 내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습관이다.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불쑥 말해 버리면


안에서 여무는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내면은 비어 있다.


말의 의미가 안에서 여물도록


침묵의 여과기에서 걸러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불교 경전은 말하고 있다.


입에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을 전부 말해 버리면 말의 의미가, 말의 무게가 여물지 않는다.


말의 무게가 없는 언어는 상대방에게 메아리가 없다.


오늘날 인간의 말이 소음으로 전락한 것은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