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나눔
가장 아름다운 말 수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무엇일까요? 손으로 하는 말 수화, 수화랍니다. 수화하면 얼핏 생각하기에 손으로만 이야기를 나누니까 서로 손만 볼 것 같지요? 하지만 손을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눈과 눈이 만남이라고 합니다. 먼저 서로 눈을 잘 맞춘 뒤에라야 서로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답니다. 말을 끝낼지 더 할 건지 같은 아주 작은 낱낱 느낌을 제대로 읽어내려면 말이 끝날 때까지 서로의 눈을 꼭 바라봐야 한다는데요. 눈과 눈을 마주봐야만 하는 말 수화, 참말 아름다운 말이지요?
허긴 눈을 마주쳐야 하는 게 어디 수화뿐이겠어요? 모든 생각 나눔이 다 그렇지요. 서로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처럼 뵈도 생각이 다른데 가 있거나 그저 귀로만 흘려듣는다면 제대로 상대방 마음을 헤아릴 수 없겠지요. 눈은 마음에 창이라고 어떤 말을 쓰던지 마음 나눔에서 가장 고갱이는 상대와 눈 맞춤이랍니다. 눈맞춤이 제대로 되려면 눈높이가 같아야겠지요.
음복 그 사랑 나눔
우리에게는 누구에게나 눈높이를 맞춰 마음을 열어 나눠 갖는 좋은 풍속이 있습니다. 명절 차례나 제사 때 하는 음복飮福이 그것인데요. 음복은 제사나 차례를 지낸 뒤 제물을 나누어 먹는 것을 말하죠. 예전에는 음복 나눔은 제사에 참석한 가족이나 친지들만이 아니었습니다. 명절 아침이나 제사를 지낸 다음날 아침이면 제사 음식이 골고루 담긴 쟁반을 들고 이웃집을 찾아나서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그밖에도 음복을 나눌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아기 백일이나 돌에 떡을 나누고, 집안 안녕을 비는 고사를 지닌 뒤에도 어김없이 음복을 나눴습니다. 음복을 받은 이웃들은 들고간 접시를 비워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습니다. 비운 접시에는 다른 음식을 담아줬습니다. 명절에는 자신들이 장만한 차례 음식을, 제사음식이나 백일 떡을 들고 찾아갔을 때는 과실을 담아주거나 고구마나 옥수수라도 얹어주었습니다. 이렇게 음복은 넉넉지 않은 살림 가운데서도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게 되면 이웃을 챙길 줄 아는 아름다운 풍습이었습니다.
절집 나눔 회향 그 부처됨
절집에도 음복처럼 나눔 풍습이 있답니다. 어떤 것일까요? 절집에서는 작정기도를 끝낼 때나, 한철 공부를 끝낸 뒤에 회향回向이라는 것을 합니다. 직접 풀어 쓰면 되돌린다는 말인데요. 기도나 공부를 해서 얻은 부처 마음을 이웃에게 돌린다는 말입니다. 나눔이죠. 무슨 말인가 하면 공부를 마쳐 부처를 이뤘으니 부처처럼 보살처럼 이웃을 위해 무엇이든 아무런 조건 없이 나누는 것을 말합니다. 참 아름다운 절집 풍속이죠?
맑은 세상 한마당
지난 9월 21일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에서 ‘맑은 세상 한마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잔치를 열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 두 번째로 갖는 잔치인데요. 지난해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끼니를 거르는 어린이 백여 분을 모셔 위로하는 자리를 가졌고, 올해는 지적 장애인 백여 분을 모셔 흥겨운 잔치 한마당을 연 것입니다.
이 자리에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기독교 시설‘지게의 집’에서 40분에 가까운 지적 장애인 여러분과 경기도 이천에 있는 불교 시설‘자비복지타운’에서 칠십 분이 넘는 지적 장애인을 모셔서 맑고 향기롭게 후원인 백 여분과 짝꿍을 이뤄 어우렁더우렁 놀이 한마당이 열렸습니다.
26년 오랜 전통을 가진 서울노인복지센터 ‘늘 푸른 예술단’아름다운 춤사위는 노익장 파워를 한껏 느낄 수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지적 장애를 디디고 올 1월에 창단한 승가원 자비복지타운 예술공연단 노래와 하모니카 연주는 감동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성북장애아동예술단의 현악 5중주는 가슴에 숨겨진 감성 샘물을 끌어냈습니다.
이렇게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놀이마당은 무르익고, 이날 잔치 꽃은 모든 이들 몸과 마음이 함께 어우러지는 춤으로 치료를 한다는 신혜영선생이 이끈 놀이 한마당이었습니다. 신혜영선생 장고에 맞춰 단동십훈 가운데 곤지곤지, 잼잼, 도리도리, 짝짜꿍짝짜꿍, 장단고저에 맞춰 강강술래까지 어우러지는 ‘덩더꿍’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습니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리는 신바람 나는 큰, 사랑 나눔 자리였습니다.
단동십훈, 그 열림
단동십훈檀童十訓을 아세요? 단동檀童이라는 낱말은 우리말사전에도 한자자전에도 없는 낱말입니다.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죠. 하지만 낱말 말감으로 볼 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첫째, 옛 조상들은 단군 때부터 사람다운 사람, 홍익인간을 키우기 위해 참되고, 앞을 내다보고, 활기차고 늘 삶을 넉넉하게 대하는 어린이 十訓으로 하늘과 땅 이치를 고스란히 담아 어린이들에게 동작으로 재롱을 부리게 하는 독특한 가르침을 펴왔답니다. 이렇게 단군 이래 내려온 우리 독특한 육아법으로 보는 것이 그 하나이구요. 둘째, 부처님처럼 깨달음을 이루는 아이로 키우는 육아법이라고도 볼 수 있답니다. 절 운영에 도움을 주는 불자 집을 단가檀家라고 하는데요. 단가는 부처님을 모시는 닷집을 뜻하는 말이죠. 아이를 부처님처럼 크게 깨닫는 이로 키우는 육아법으로 단동십훈이라고 한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해 볼 수도 있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단지 짐작일 뿐이랍니다. 어느 것이 맞는 말인지 알 수 없어요.
내친 김에 단동십훈을 한번 풀어내 볼까요?
제1훈: 弗亞弗亞불아불아 출생의 이치를 일깨우는 몸놀림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기의 허리를 잡고 세워서 왼쪽, 오른쪽으로 기우뚱기우뚱 하면서 부라부라 하고 흔들었죠. 아래 같은 노래도 해주면서 말이죠.
불아불아 불아불아
금을 주면 너를 살까
은을 주면 너를 살까
불아불아 불아불아
우리 아기 예쁜 아기
밝은 빛이 되어라
귀한 빛이 되어라
弗불은 기운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다는 뜻이랍니다. 亞아는 기운이 땅에서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을 말하죠.「弗亞弗亞」는 사랑으로 땅에 내려오고, 神신이 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무궁무진한 생명을 가진 아기의 나我 를 칭찬해 아기 자존감을 키우는 말과 행동이라고 합니다.
“너는 하늘과 땅의 귀한 자손이니 이 세상에 빛이 되어라.”,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이 세상을 훤히 비출 빛이 되어라!”
제2훈: 侍想侍想시상시상 하늘 뜻에 따르라는 몸놀림입니다.
어린이를 앉혀놓고 앞뒤로 끄덕끄덕 흔들면서 “시상시상”하는 거죠.
시상시상 시상시상
앞으로 나갔다
뒤로 물러갔다
무엇 무엇이 보이니
시상시상 시상시상
윗사람을 섬기고
아랫사람을 아껴라
사람 모습은 마음, 몸은 태극, 하늘과 땅에서 받은 것이니 우주를 모신 몸‘사람이 곧 작은 우주다’는 생각으로 늘 조심하고 하늘의 뜻 우주의 섭리에 따라야 한다는 뜻을 지닙니다.
제3훈: 道理道理도리도리 무궁무진한 하늘 도리와 섭리를 일깨워주는 몸놀림이랍니다. 머리를 오른쪽 왼쪽으로 돌리게 하면서 노래를 불러주기도 합니다.
도리도리 도리도리
왼쪽을 보아라
오른쪽을 보아라
도리도리 도리도리
그른 것은 버리고
옳은 것은 좇아라
하늘과 땅 목숨붙이들이 헤아릴 수 없는 하늘의 道理(놀이)로 생겨났듯이 아기도 하늘 도리로 생겨났음을 잊지 말아, 이리저리 궁리해서 하늘과 땅 사이 목숨붙이가 노는 이치를 깨우치라는 자연의 섭리를 가르치고 있죠.
제4훈: 持闇持闇지암지암 잼잼 무궁한 진리를 깨닫게 일깨워주는 몸놀림입니다. 두 손을 앞으로 내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게 하면서 노래를 불러 주기도 합니다.
잼잼잼잼 잼잼잼잼
쥐었다 폈다, 쥐었다 폈다
좋은 생각은 고이고
나쁜 생각은 버려라
잼잼잼잼잼 잼잼잼잼
두고두고 알아가라
살펴살펴 알아가라
가질 지, 닫힌 문. 웅크려 쥐려고만 하면 안 된다. 쥐었으면 놓을 줄도 알라는 가르침입니다.
(병목이 좁은 항아리에 쌀을 넣어 놔두면 그 쌀을 한 움쿰 쥐고 손을 못 빼내 잡히고 마는 원숭이를 닮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랍니다.)
제5훈: 坤地坤地곤지곤지 하늘과 땅의 조화를 일깨우는 몸놀림입니다.
오른손 검지(집게손가락)로 왼쪽 손바닥을 찧는 모습이죠.
곤지곤지 곤지곤지
둥게둥게 얼뚱 아기
쑥쑥 자라 어서 자라
신랑 각시 되려무나
곤지곤지 곤지곤지
좋은 엄마 되려무나
좋은 아빠 되려무나
하늘과 땅의 놀이를 잘 알라는 말. 십十이라는 글자는 一음과 l양이 관통하는 모습으로 음과 양을 상징하죠. 이를 알게 되면 저절로 땅의 이치도 깨닫게 된다는 말이랍니다.
제6훈: 西摩西摩섬마섬마 스스로 서게 하는 자존감을 일깨우는 몸놀림이죠. 아기를 손바닥 위에 곧추세우며 하는 말인데요, 노래를 같이 불러주기도 합니다.
섬머섬마 섬마섬마
방실방실 우리 아기
잡지 않고 바로 서네
따로따로 따로따로
혼자서도 잘도 걷네
하늘 받칠 기둥 되네
서(立)라는 말로 <섬마섬마〉라고 하는데 몸을 세워 남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일어나라는 정신을 가다듬게 하는 한편 몸의 건강도 다져나가라는 뜻을 가졌어요. <섬마섬마〉또는 <따로따로〉라고 부르기도 하죠.
제7훈: 業非業非업비업비 섭리에 맞는 업을 갖도록 일깨우는 말입니다.
무서움을 가르치는 말 에비에비죠.
에비에비, 넘어질라
에비에비, 다칠라
에비에비, 사이좋게
놀아야지 우리아기
우리아기 착한아기
우리아기 튼튼하게
벌써벌써 다 컸네
해서는 안 될 것을 이를 때 겁주는 말입니다.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저지르면 벌을 받는다는 말이죠.
커서 놀고 일 할 때 도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랍니다.
제8훈:亞含亞含아함아함 입조심하라는 일깨움입니다.
손바닥으로 입을 막으며 소리 내는 동작이야.
‘아~~’소리 내는 것. 손바닥으로 입을 막아대며 소리 지르기
아함아함, 나무를 품어라
아함아함, 산을 담아라
아함아함, 하늘을 머금어라
세상이 아기 몸에 다 드네
우리아기 온누리네
우리아기 잘도 노네
두 손 모아 입을 막는 모양새를 가진 ‘亞’字는
입조심 하라. 구업口業을 짓지 마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함은 머금을 含함 품다, 머금다는 깊이 품은 생각을 함부로 내뱉지 말라는 말이죠.
제9훈: 作作弓作作弓짝짝궁 짝짝궁 음양 조화를 일깨우는 몸놀림인데요.
잘 아시듯이 두 손바닥을 마주치며 소리 내는 걸 말하죠.
짝짜꿍 짝짜꿍
손뼉 치고 춤추어라
하나를 가르치니 열을 다 아네
열을 가르치니 백을 다 아네
짝짜꿍 짝짜꿍
우리아기 잘도 노네
천지좌우와 태극을 맞부딪침은 음양이 합쳐져서 하늘에 오르고 땅으로 내리는 하늘과 땅의 조화, 놀이를 나타냅니다. 사람으로 오고 신으로 가는 이치를 알아 손뼉을 치면서 재미있게 춤추며 놀자는 뜻이죠.
제10훈: 支娜阿備 活活議질라아비 활활의 - 질라아비 훨훨
팔을 들어 춤추는 동작. 아기 팔 잡고 춤추는 것이야
질라아비 훨훨 질라아비 훨훨
두 팔을 크게 벌려 훨훨
가슴을 활짝 펴고 훨훨
하늘까지 날아라
질라아비 훨훨 질라아비 훨훨
아이 몸과 마음이 잘 자라도록 바라고 축복하며 춤추는 모양새 덩실~~
지나아비 활활의支娜阿備 活活議=(질라아비 훨훨)는 하늘과 땅 자연의 모든 이치를 갖춰 땅기운을 받은 몸이 훨훨 날아갈 듯이 자라게 작궁무作弓舞를 추며 몸과 마음이 모두 즐겁게 놀며 날아오르라는 축복, 굿을 뜻합니다.
깍궁 / 각궁覺躬 우르르르 깍꿍
부록으로 덧붙이면 이 깍궁은 깨달을 각, 지킬 몸 궁, 자신을 깨달아 알고 잘 지켜라는 뜻을 지닌 가르침입니다.
도리도리 짝짜궁 이건 도리도리와 짝짜궁을 겹쳐하는 몸놀림인데요.
천지만물의 도리를 알고 삶에 흥을 돋워
세상도리를 다 익히고 배워 자신을 가꾸라는 뜻이죠.
곤지곤지 잼잼 곤지곤지 잼잼도 함께 하기도 합니다.
세상이 혼탁하고 맑은 것을 잘 가려 음양의 조화를 이루며 살라는 뜻이죠.
이 단동십훈, 어쩌면 한자말로 된 게 아니라 우리말로 된 가르침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흔적을 찾을 때까지는 이렇게 알고 있을 수밖에 없네요.
맑은 세상 한마당은 고운님들이 하늘과 땅과 서로서로 덩더꿍 마음을 신바람 나게 나누는 자리. 음복이나 회향처럼 아름답고 뜻 깊은 나눔 자리였습니다.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