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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08-07-24

    일단 살리고 보자고 호소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입니다.

본문

대량아사의 참상, 역사적 책임을 지는 자세로

시급히 긴급구호에 나서야 한다.


드디어 우려하던 대량아사의 참상이 시작되고 있다. 황해도 농촌지역은 아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황해도 농촌지역을 벗어나 북한 전역에서 아사자 소식이 들려온다. 북한 식량 상황을 조사하는 미국 조사단은 평양과 신의주, 그리고 자강도의 한 도시에 사무소를 낼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 조사단은 황해도와 강원도를 먼저 실사해야 한다. 지금 북한에서 평양, 개성, 회령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 전 계층이 다 어렵지만 특히 황해남북도와 강원도의 농촌지역이 더 어렵다고 한다. 리 농장마다 아사자가 매일 발생하는 상황이다. 풀죽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고 있는데 그저 죽는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수십 만 명이 더 굶어죽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 사실을 덮어두고 있다. 왜 그런가. ‘위대한 인민공화국’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 아닌가. 대책이 없다면 이 참상을 공개하고 국제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청해야 할 것이 아닌가. 알아서 도와달라고 하지만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누가 알아서 도와주겠는가. 지원을 호소해도 도움의 손길이 없는 이 시대에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인민을 살려야 한다. 체제유지를 위해, 국난 극복을 위해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 배고픈 백성을 외면하고는 그 어떤 정의도, 평화도, 민족도, 통일도 다 헛구호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이 아사사태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사 사실이 없다면서 외면하고 갈 것인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 견딜만하다’는 것은 북한 정부가 견딜만한 것이지 죽어가는 북한 주민은 아니지 않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을 사랑한다’고 했는데 사랑하는 북한 주민이 굶어 죽어가도 모른 체 외면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랑의 표현인가.


아사사태가 사실이 아니다, 식량난이 심각하지 않다, 주면 군대가 다 가지고 간다, 김정일 정권만 좋은 일 시킨다는 등 온갖 이유로 식량 지원을 반대하고 있는데, 그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노인과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아사자 300만 명 중 60세 이상의 노인과 20세 이하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전체 아사자의 73%인 220만에 달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그들이 총을 쏘았는가, 미사일을 발사했는가.


지금 우리는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음으로써 광우병의 위험에 처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검역주권을 외치며 수십만 명이 길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웃 북한에서는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촛불을 들 수 있으나, 저들을 위한 촛불은 과연 누가 들어줄 것인가?


몇몇 인사는 평양을 방문해서 지금 한창 도로포장과 건물 짓는 것을 보고 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며 아사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과장된 선전이라고 비판까지 한다. 북한을 몰라도 어찌 그렇게 모르는가. 평양 공화국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참상을 자신이 못 봤으면 “못 보았다”, 믿을 수 없으면 “믿을 수 없다”, 알지 못하면 “모른다”고 할 것이지, “정보가 과장되었다”느니, “지원 단체들이 존립을 위해서 과장한다”느니 하는 일부 학자들의 발언은 너무도 무책임하다. 그들은 북한 동포들의 죽음에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 정부, 북한 정부, 그리고 국제 사회와 민간단체들은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몸부림도 한번 쳐 보지 못하고 맥없이 죽어가는 북한동포들을 대신해서 이렇게 간곡하게 호소하니 제발 이들을 살릴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북한 주민의 대량아사 방지를 위해 신속하게 대응해 주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한다.




(‘오늘의 북한 소식’ 144호 2008년 6월 12일. 좋은벗들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