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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08-07-07

    광우병, 제 마음 한켠에는~

본문

사찰생태연구소의 김재일회장님이 그 단체 회원들에게 보내신

편지글입니다.

맑고 향기롭게 회원님들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하고자 여기 옮깁니다.


맑고에서도 앞으로 채식운동을 펼쳐갔으면 하는데....




<광우병, 제 마음 한켠에는>


삼보에 귀의하옵고-


김재일, 문안 드립니다.


수기(水氣) 많은 계절에 건강도 함께 챙기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봄부터 매주 목요일 불교방송 <무명을 밝히고>에 나가서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광우병 이야기는 방송에서 다루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채식을 지향하는 제가 소고기를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 웬지....


그래서 피일차일 미루어왔는데, 광우병 문제가 사회 이슈로 날로 커지면서


부득이 광우병 문제를 방송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광우병 문제에 깊이 개입하는 것에 조심스러웠습니다.


광우병 문제의 시작은 '미국 소고기를 안 먹겠다'가 아니라


'30개월보다 더 어린 소를 보내달라는 것'입니다.


어린 소일 수록 광우병의 위험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소의 평균수명은 길어야 40년입니다.


그러니, 30개월짜리 소는 어리디 어린 유아원 아이에 해당합니다.


이제 겨우 젖을 떼고 푸른 풀맛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영계 같은 어린 소입니다.


그것을 잡아먹겠다고 인간들이 저리 난리인가 싶어서 가슴이 저리고 쓰렸습니다.


닭장같은 좁은 공간에 가둬두고 먹지도 못하는 먹이를 강제로 먹여서 키운 어린 소,


그것도 뼈와 살점을 이리저리 뜯어발겨 놓고, 더 맛 있고 안전한 부위를 보내달라고...


한걸음 물러나 바라보노라니 마음이 그리 괴롭고 아플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저도 지난 6월 10일 광우병 촛불집회에 선두에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날 조계사에서 출범을 하면서 인삿말도 했습니다.


그리고, TV 시사프로그램에 인터뷰도 하고, 여기저기 원고도 써내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죄책감이 있었습니다.


촛불이 강을 이루는 시국 앞에서 한없이 슬퍼오는 마음을 누르며


'생명을 생각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했습니다.


불보살님의 대자대비한 지혜가 우리 세상에 내려지기를 기도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부에 대한 각성 요구와 함께 또다른 차원에서


반생명적이고 반환경적이며 반사회적인 육식문화의 폐혜를 계몽하고,


육식위주의 서구문화 맹종으로 인한 경제와 문화 식민지화를 타파하는 일이,


보수와 진보를 넘고, 친미와 반미를 넘어서, 인간과 축생을 넘어서


사생(四生)이 상생(相生)하는 생명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나아갈 새 길이 아닐까, 이 아침에 불살생계의 마음으로 생각해봅니다.


이 글이 부디 정치적인 글로 오해되지 않기를 바라며 삼보전에 엎드립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사찰생태연구소 김재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