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깨어나는 시간. 청정한 물 한 컵으로 목을 축이고 깨끗이 자리를 마련하여 다포를 깔고 그 위에 부처님 성상을 모시고 경전을 펼쳐 부처님 전에서 칭명염불 공부를 합니다. 오늘 하루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부처님께 발원을 합니다. 내 주위에 존재하는 귀있는 생명들은 들으라고 낭랑하게 경전을 봉독합니다. 그리고 힘있게 다라니를 합니다. 숨을 고르고 거룩하고 희유하신 불세존 석가모니부처님의 명호를 일념으로 혼을 다하여 부릅니다. 이렇게 칭명염불 공부를 시작 한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방 안 창문을 열고 맑고 깨끗한 새벽 공기를 들여 환기 시키고 방 바깥 베란다에 있는 화초들에게 인사하고 나의 이 지극한 정성의 소리가 저들에게도 들리길 바라며 부처님 공부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더운 여름에는 새벽부터 흘러 내리는 땀을 느끼며, 추운 겨울에는 차가운 바깥 기온에 한기를 느끼며, 베란다에서 늘 그 자리를 지키는 화초들을 봅니다. 내가 보기 좋아 그들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고 잘 가꾸지도 못하면서 베란다를 지키게 하는 화초들에게 죄를 짓는 듯 때로는 마음이 아픕니다. 뜨거운 태양열에 더위에 지친 화초를 보기도 하고 추운 겨울 깜박잊고 방안으로 옮기지 못해 얼어버린 여린 잎들을 보기도 합니다. 벌써 17년도 더 된 제주도 살 때 가져온 문주란은 아직도 매월 봄이면 하얀 꽃을 피우고, 15년도 더 된 군자란은 잎이 제대로 자라지는 못했지만 주황색 꽃을 피워 줍니다. 5년 전 지인으로 부터 받은 춘란도 지난 해에는 꽃을 피워 향기를 내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씩 된 란과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있습니다. 보는 나는 즐겁지만 이 화초들은 좁은 화분에서 양분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죽지 못해 살고 있는 듯 합니다. 아직 봄은 멀었는데 베란다에 꽃이 화사하게 많이 피었습니다. 몇 년 전 양재 꽃시장에 가서 샀던 서양란은 꽃이 지고 나서 그냥 버릴려다가 놔 두었더니 가지들이 아무렇게나 퍼져 나와 꽃을 피웠습니다. 새벽 칭명염불 공부하려 일어나 창문을 열면 꽃들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바깥이 조금 추운 날이면 밤새 떨었을 꽃들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내 눈을 즐겁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말 밖에 못합니다.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났습니다. 거실에 자리를 마련하여 칭명염불 공부하며 저 꽃들에게 부처님의 가피가 내려지길 기원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