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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07-11-12

    세상나눔 마음나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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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4일 수요일, 노숙인시설인 보현의 집을 방문하여 가을 셔츠 380장을 전달했습니다. 영등포에 소재한 보현의 집 대상자 300명, 용산에 소재한 보현의 집 대상자 50명, 수송동에 소재한 보현의 집 대상자 30명을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대상자의 신체 크기와 개별 욕구를 고려해서 4종의 사이즈를 10가지 색상별로 주문, 동대문시장에서 구입한 후원 물품이었습니다. 그들의 시련과 우리 모두의 지지가 부디 자발적 가난의 전기가 되어, 마음이 부자인 우리들 자신을 발견하고 또 개발해가는 사회가 되기를 정호승의 시를 통해 기도합니다.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게 하시고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리어카를 끌고 스스로 밥이 되어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10월 27일 토요일, 성모자애복지관 안에 자리하고 있는 엠마우스를 찾았습니다.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가 매달 알뜰시장을 마련해왔던 몇 년 전까지, 기증받은 옷가지가 창고에 넘치면 엠마우스라는 이름의 장애인 복지기관이 트럭을 가져와서는 일거에 수거해가곤 했었습니다. 그때면 항상 일손과 동행한 수녀님들을 길상사에서 만나뵙고 인사 여쭐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인연 맺어왔던 엠마우스가 율현동 성모자애복지관 옆에 새로운 건물을 건립 중입니다. 현재 10여 명의 여성 장애우들이 복지관에서 임시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맑고 향기롭게’가 후원한 물품은 비듬샴푸, 친환경 세제와 비누 그리고 길상사가 보시한 여성 내의와 수건이었습니다.  수녀님으로부터 시설 안내를 받으며 주목해야 할 사안 하나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엠마우스의 대상자들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기는 분명했지만, 시설 이용이 완전 무료는 아니라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무료라는 복지 서비스는 은연 중에 의존적 타성을 자아내고 있었고, 재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있어서의 적극적 태도를 희석시켜왔던 것입니다. 이는 자선활동이나 사회복지 서비스, 자활 지원 및 사회정책의 기존 관성에 대하여 강력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고령사회를 통해 노인이 봉사받아야 했던 시대에서 노인이 몸소 봉사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룬 것처럼, 장애인들도 이제는 차별에 대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차이를 인정하며 자존감을 제고해야 한다는 반성과 경험이 유료 서비스 등장의 명분을 제공하는 배경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가져봅니다. 장애인과 정상인은 결코 평등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상인의 장애인에 대한 암묵적인 억압과 폭력적 가치는 정상인만큼 평등하지 못하다면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갑니다. 장애인이 장애인으로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상인들은 믿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믿음을 죄악시하기까지 합니다. 이와 같은 정상인 대 비정상인이라는 가치 구조에서 외관상 수혜자는 늘 장애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도달할 수 없는 목적을 바라보며 항상 패배자로 전락하고마는 장애인의 완패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민중은 이제 획일적이고 피하주사적인 사회복지제도나 자선 및 구호사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차라리 유료일지언정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감지하고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서비스의 구입을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생선 몇 마리를 무료로 받기보다는 차라리 유료라도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기 원합니다. 그 중 하나가 장애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장애를 섬기고 있는 수녀님과 사회복지사, 어느 꽃은 섬기고 어느 꽃은 안 섬기지 않습니다. 함께 꽃밭을 이루고 있는 연화장세계를 축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인생은 아름답다고 죽도록 말해주고 싶어요, 하고 말하여 꽃들은 죽어간다.’ 수녀님과 사회복지사들이 스스로 꽃이 되어 꽃들을 섬기고 있는 현장, 엠마우스. 꽃밭 위엔 무지개 한 편도 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광배라고 부르는 그.  할인매장에서 샤프 펜슬과 볼펜을 고르면서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송암동산에서 생활하는 60명 아동들에게 선물할 필기구를 구입하는 동안, 서로 다른 종류 60개의 샤프와 볼펜을 얼마든지 고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떠올리고 있으면 쇼핑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곤 하였습니다. 10월 30일 화요일은 하반기 물품 후원 행사의 마지막 코스로 송암동산을 방문한 날입니다.  샤프 및 볼펜 세트 60개, 립크림 70개를 마련했고 핸드크림과 겨울로션도 모든 아동들에게 하나씩 지급될 수 있는 물량을 구입하였습니다. 여기에 길상사에서 후원한 내의와 수건까지 챙기니 후원품의 부피가 적지 않았습니다. 송암동산에서는 벌써 산타클로스가 찾아왔다며 크게 반겨주셨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위한 가장 시급한 지원은 봉사나 기부보다는 교육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인성 교육을 포함한 학습 과외 선생님의 정기 방문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보다도 더 적실히 요구되는 자원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저녁예불을 드립니다. 씩씩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반야심경을 독송합니다. 투정을 부릴 수 있는 엄마의 얼굴을 모른 채 혹은 애써 잊은 채.  지금은 좌선 시간. 가부좌를 틀고 앉아 그리운 어머니와 해후해보는 시간. 불생불멸하는 어머니 품 속에 안겨 뜨거운 눈물을 한없이 토해내는 시간. 가족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모든 인과 연을 용서해가는 시간. 죽비소리가 세 번 울렸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부모미생전 아주 오래 전부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