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후원하기 나의후원

세상

    • 07-05-26

    정기 물품 후원, 세번째 날

본문

 이뭣고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남자 사각 팬티 95 사이즈 70장, 100 사이즈 200장, 105 사이즈 120장, 도합 390장. 남자 반팔 면T셔츠 M 사이즈 50장, L 사이즈 200장, XL 사이즈 100장, XXL 사이즈 40장, 도합 390장.  반팔 면T셔츠는 백색, 연두, 소라, 오렌지, 물색, 곤색 등 여섯 가지의 다양한 색상을 고르게 준비하였습니다. 사각 팬티 역시 옷을 입으시는 분들의 개별 욕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주문하여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구매하였습니다. 이를 위한 ‘맑고 향기롭게’의 예산 2백만 원이 집행되었습니다.  5월 9일, 5월 한 달 동안 2007년 상반기 정기 후원 물품을 전달하고 있는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는 그 네 번째 대상 시설로 보현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노숙인복지시설인 보현의 집은 서울 영등포에 300명, 용산에 60명, 조계사 옆 수송동에 30명이 자활을 도모하고 있는 생활 공간입니다. 낮에는 대부분의 노숙인 이른바 홈리스들이 일을 하고 있거나 구직 활동 중이기 때문에 보현의 집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IMF 하면 떠오르는 것이 금 모으기 운동, 또 하나가 바로 노숙자 문제입니다. 당시의 노숙인는 단순히 우리 사회의 일탈자 혹은 교정 대상자로서가 아니라 외환 위기 즉 외국의 투기자본에 희생되었던 우리 사회의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완전고용시장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야 했고, 복지정책은 선진국만이 꿈꾸었던 이상에서 우리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서 지상에 끌어내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직면해야 했습니다. 시장의 경쟁에서 낙오자는 불가피하다는 냉엄한 현실을 회한 속에서 수용하며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고, 지금도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시설이 바로 보현의 집입니다. 다만 이 사회 안전망이 늪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늪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보현의 집이 결코 밑 빠진 독이 아님을 서로가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있습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 하나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1979년, 브랜다이스 대학 체육관에서 과 대항 농구 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 팀이 잘 뛰자,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응원 구호를 외친다. “1등은 우리 것! 1등은 우리 것!” 모리 교수님이 부근에 앉아 있다. 그는 이 구호에 어리둥절해 한다. 그래서 “1등은 우리 것!”하고 외치는 중간에, 벌떡 일어나서 그는 소리친다. “2등이면 어때?” 학생들이 그를 바라본다. 그들은 구호 외치기를 멈춘다. 선생님은 앉아서 승리에 찬 미소를 짓고 있다. 보현의 집은 자원봉사자가 필요없는 시설입니다. 자원봉사자를 원하지 않습니다. 아니, 인력은 이 곳도 많습니다. 너는 대상자, 나는 봉사자라는 시혜와 자선의 시선, 인식들이 오히려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우리 사회의 이 구성원들을 스스로 낯설게 합니다. 대신 그 눈길을 우리들 자신에게 각자 비춰보길 바랍니다. 혹 내가 이 경쟁의 시스템에서 낙오자가 되어 절망하고마는 인연은 없겠는가? 결코 없겠는가? 혼자만의 철저한 고독을 찾아헤매야 하는 그 인연은 없겠는가? 고행의 그 기연이 결코 나의 몫은 아니겠는가? 나에게 그와 같은 업장은 ‘결코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 노, 병, 사가 또 우리를 눈 뜨게 할 것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또 우리를 도와줄 것입니다. 보현의 집 390명의 노숙인들을 우리가 사문으로, 수행자로 서로에게 예경하고 공양 올리는 이유입니다.  자랑스러운 선남, 보현의 집 이일주 사회복지사의 '승리에 찬 미소'  자랑스러운 선녀, ‘승리에 찬 미소’ 하나 더. 화엄동산 박인주 사회복지사.  무엇에 쓰는 물건 인고. ‘이뭣고’도 한 번 더.  일곱 번째 후원 시설인 화엄동산은 15명의 여성들만이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복지시설입니다. 시설이라기보다는 ‘그룹홈’이라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할 것입니다. 복지 수요에 대한 서비스는 다양하게 제공될 수 있습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수준이 또 다릅니다. 그룹홈은 탈시설화를 지향하는 사회복지 실천의 대표적인 모형 중 하나입니다. 사회복지 대상자를 생활시설 혹은 이용시설에 입소시켜서 굳이 스티그마를 형성하지 않습니다. 물질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빈곤한 대상자들이 스스로 낙인찍는 일상을 반복하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그룹홈이라는 재가복지 서비스는 투입된 비용에 대비한 효율의 측면에서, 또 자립이라는 사회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의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개발되어야 할 우리의 숨겨진 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자리한 화엄동산은 외양상으로 일반 주택가에 위치한 가정집과 똑같았습니다. 간판도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지역주민을 포함한 외부인들이 복지시설인 줄 알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몰래, 반팔 면T셔츠 30장과 5개들이 팬티 15세트를 전달하였습니다. 한 20만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회원님들의 한 마음, 한 마음 외에는 아무도 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