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다닐 때 소풍가는 날이 알려지면 며칠전부터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신년 첫 봉사하는 날. 봉사일이 점점 다가오면 어린애 마냥 길상사 맑고향기롭게 홈피를 자주 열어보게 되고 한 사람의 댓글이라도 보이면 왠지 모르게 반가운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매월 사는 즐거움이 오늘 하루를 위한 것 같기도 하고...... 자재정사에 도착. 차에서 내려 무심코 법당 쪽으로 걸어가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귀에 들린다.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총무스님이 일하시다 지나가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신다. 합장하며 예를 올렸다. 잠시후 총무스님께서 우리 일행을 모아 놓고 신년을 맞아 맑고 향기롭게 봉사팀에게 법문을 주시는 자리를 하셨다. 작년 한 해 자재정사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부처님의 은덕으로 아주 잘 되었다는 말씀이셨다. 배추 한 뿌리. 감자 한 알의 미물은 물론이고 새로 신축하는 양로 시설 등... 모든 것이 주위에서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의 도움으로 뜻하는 바대로 이루셨다고 하시면서 인연의 가르침을 주셨다. 오전의 일과는 남자들은 고추대를 태우는 일이었다. 작년에 고추 수확을 마치고 밭 한 켠에 쌓아 놓은 고추대를 태워 올 밭농사를 준비하려는 것이었다. 마침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도 거의 없어 고추대 태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불꽃이 야산에 옮겨붙을 것에 대비하여 한 군데씩만 순서대로 태우기로 하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불쏘시개 나무를 가져다 놓는 사람, 불 지피는 사람, 곁에서 태우는 사람, 불꽃이 튀지않게 잔불 뒤적이는 사람 등 각자 업무를 분담하여 10여군데 정도의 고추대를 모두 태운 다음 잔불까지도 흙으로 덮었다. 점심 공양을 간단히 마치고 휴식시간 없이 곧바로 오후 작업에 들어갔다. 광수형과 나는 메주 덕장을 해체하는 일이었고 다른 팀은 연화당 지붕에 굳어 있는 얼을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지난 번 봉사때 만들어 놓은 메주는 이미 모두 걷어서 다른 방에서 띄우는 중이었고 우리 두 사람은 빈 덕장을 해체하는 일이었는데 아주 단순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꽤 힘이드는 일이었다. 특히 해체과정에서 자칫 잘못다루면 덕장이 무너져내려 안전사고의 우려도 있었지만 둘이서 고난도 해체공법(?)을 적용 무사히 마무리 하였다. 일이 다 끝난 후 회원 모두는 별방에 모여 그날의 작업을 정리하고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자리를 가졌다. 금년에 새로 선출되신 사용 총무님의 새해 포부 한마디가 있었다. 우리 회원들의 매월 봉사수기를 모아 연말에 집대성하여 봉사수기집을 만들겠다는 거다. 모두 글재주가 없는데 이 부담을 어찌해야 하노????? 라고 이구동성.... 하지만 붓가는데로 마음 가는데로 쓰는 것이 글이란다. 전임 김경해 팀장님은 "인화 총무야 우린 생각도 못했는데 사람을 바꾸니 뭐가 되네? 그러니 사람은 바꿔봐야 해!" 라고 우스게 소리를 던져 한바탕 실컷 웃었다. 돌아오는 길 승용차 안에서는 오늘 하루의 일과를 되새기며 조용히 서울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