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후기라 하기에는 너무 지나 버린 이야기이네요. 글 올리는 것이 조금 늦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연휴를 맞이하여 동해 낙산사에 가족들과 기도도 하고 휴가를 보내다가 어제저녁 밤새 달려 새벽에 돌아왔습니다. 오늘부터 휴가입니다. 아직도 내려가지 않는 서울의 한 낮 온도에 달린 창문이란 모든 창문은 열어두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고마워하면서 글을 올립니다. 조금 하얀 얼굴이 다른분들에게는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는지 사람들은 가끔 제 얼굴이 너무 하얗다고 합니다.(저는 그렇게 생각 않는데...) 이번 자제정사 봉사활동에는 마침 마당에 벽돌을 까는 작업이라 모처럼 태양아래서 살갗을 태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뙤약볕 아래에서의 일이 결코 힘들고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조금 더워서 땀을 너무 많이 흘렸다는 것과 물의 고마움을 더 많이 느낀 시간이었지요. 더위에 목말라하면서도 바닥을 정리하고 모래를 고르게 다지며 하나하나 벽돌을 정성껏 놓을 때는 모나고 울퉁불퉁했던 제 마음을 조금이나마 바르게 다듬을 수 있는 좋은 수행의 시간이라 생각하며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뙤약볕 아래서 짭짤한 굵은 땀방울에 입맛도 다셨지만 땀방울은 제 마음속 녹아 있는 번뇌가 방울되어 빠져나온다는 생각에 도리어 그 기쁨은 배가 되었지요. 아마추어들이 까는 벽돌작업이 생각처럼 빨리 진척은 되지 않았지만 하나 하나 깔려서 점점 넓어지는 마당을 보며 더위는 잊혀졌고 조금이라도 비틀어질까 정성을 다하는 작업자들의 모습은 너무 진지하게 보였습니다. 줄을 팅겨 조금이라도 바르게 깔려는 모습은 수행자의 모습 그 자체였지요. 스님의 지혜를 빌리고, 작업이 익숙해지면서 벽돌까는 속도는 점점 빨라져 오후에는 짧은시간동안 오전내내 했던 작업보다 훨씬 많은 작업을 했습니다. 넓게 깔린 벽돌을 보며 흐뭇해 하기도 전에 시간은 흐르고 흘러 집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직 다 깔지 못한 벽돌이 한 트럭이나 남았는데. 스님과 처사님이 일하시는 모습에 아쉬움을 가지고 돌아와야 했지요. 지금껏 더위가 계속되고 소나기가 몇차례 내리기도 했는데 벽돌은 모두 깔린 상태에서 비가 내렸는지 걱정이 됩니다. 여름 휴가철이라 거사님들이 그날따라 너무 적게 오셔서 조금은 힘들었고, 마무리 할 수 있는 작업을 못 마치고 돌아오게 되어 남은 작업이 마음에 걸립니다. 모처럼 벌겆게 탄 팔뚝을 보며 기분이 좋았었는데, 이제는 그 흔적이 점점 없어져 가고 있습니다. 자제정사에서 마당에 벽돌작업하신 거사님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오직 찾은 것은 물뿐이었고, 줄줄 흐르는 땀방울이 안경을 타고 내려와 앞을 보기도 힘들었으며, 땀에 온 몸을 적셔 옷이 물에 들어간 사람처럼 젖었지만 그래도 보람있었던 하루였습니다. 그 일로 몸살이 나거나 아픈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두 마지막 더운 여름 무사히 잘 보내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초입 자제정사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합니다. 2005. 8. 16. 신길동에서 하얀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