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모음
<맑은 하늘에서 울리는 영혼의 소리>
또 가을이 시작되는가.
뒤꼍에서는 툭툭 굴밤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창문을 열면 그새 색이 바래가는 산색에
옆구리께가 좀 허전해지려 합니다.
‘영혼의 모음’
법정스님께서 1960년대 말기와 1970년대에
서울 봉은사 다래헌(多來軒)에 머물던 시절 쓰신 글들을
모아 만든 책입니다.
법정스님 최초의 수상집이기도 한 이 책에는
젊은 시절 스님의 기개와 더블어
격변하는 시대의 변천사를 보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글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고,
또 어떤 글로 인해서는 스님 방의
죄없는 다로(多爐)와 와당(瓦當)이 박살이 난 적도 있었습니다.
어떤 글 때문에는 승적(僧籍)에서 쫓겨날 뻔도 하셨습니다.
씁쓸한 기억.
남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남에게 이쪽을 이해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감케한 시절입니다.
1972년 시월 유신 시절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알 것 같더니 오늘은 더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업(業)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을 따로 해야 되고 행동도 같이 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인연따라 모였다가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게 마련입니다.
이것은 어떤 종교의 도그마이기에 앞서
무량겁을 두고 되풀이될 우주 질서 같은 것입니다.
늘 함께 있고 싶은 희망이 지속되려면,
들여다보려고 하는 시선을 같은 방향으로 돌려야 합니다.
서로 얽어매기보다는 혼자있게 할 일입니다.
거문고가 한 가락에 울리면서도
그 줄은 따로따로이듯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외로운 기타 줄처럼…
서로 가슴을 주라,
허나 간직하지는 말라.
오직 삶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허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 사이프러스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예언자>칼릴지브란
영혼의 모음(母音)은
맑게 갠 하늘 아래서가 아니면
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똑같은 조건 아래서 희로애락의 감도(感度)가
저마다 다른 걸 보면,
우리들이 겪는 어떤 종류의 고(苦)와 낙(樂)은
객관적인 대상에서 보다도
주관적인 인식 여하에 달린 모양이다.
아름다운 장미꽃에 하필이면 가시가 돋쳤을까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