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후원하기 나의후원

대구

    • 04-05-11

    남의 허물을 감싸주고 용서합시다.

본문


‘무소유’ 법정스님 길상寺서 대중법회

[동아일보 2004-04-18 18:59]


516275b777839f92841c6181fd716544_1670031268_5942.jpg
 

[동아일보]

“남의 허물을 감싸주고 용서합시다. 용서는 사랑과 이해의 문을 열어줍니다.”


강원 산골에 칩거 중인 법정(法頂·72) 스님이 오랜만에 서울에 와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2동 길상사 극락전에서 대중법회를 가졌다.


스님은 지난해 12월 길상사와 봉사단체인 ‘맑고 향기롭게’의 회주(會主·법회를 주관하는 승려) 직을 내놓으면서 매년 봄가을 2번만 법회를 갖기로 한 바 있다. 이날 법회는 스님이 회주 직을 내놓은 뒤 처음 마련한 자리. 3000여명의 신도들이 극락전 앞을 가득 메웠다.


스님은 봄을 맞아 온천지에 피는 꽃과 같이 사람들도 철마다 새롭게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말로 운을 뗐다. 스님은 이어 탄핵과 총선으로 갈등과 반목이 소용돌이쳤던 오늘날의 우리에게 ‘용서’라는 화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듯 반복해서 용서의 미덕을 강조하며 30분간 설법했다.


“선의의 충고는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남의 잘못을 일일이 들추고 꾸짖는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원한까지 사게 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남의 결점이 눈에 띌 때 내 결점은 없는지 먼저 되돌아봐야지요.”


스님은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의 고사를 언급했다. 장왕은 한 신하가 후궁을 희롱한 잘못을 덮어주는 관용을 베풀었다.


이에 감복한 이 신하는 뒷날 진나라와의 전쟁에서 장왕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용서가 갖는 힘은 무한하다는 얘기였다.


“법구경에 ‘남의 허물을 보지 말고 다만 내 자신이 지은 허물만을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처지에 서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이 왜 잘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그래서 용서가 필요합니다.”


스님은 용서가 맺힌 것을 푸는 열쇠라고 강조하면서 마음의 닫힌 문을 열고 상대를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이 성장하고 윤회의 그물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고 오늘 당장 맺힌 것을 풀어버리세요”라는 당부로 끝을 맺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