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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05-02-24

    법정스님 - 동안거 해제 법문( 2월23일)

본문

법정스님 "복 짓는 삶을 살자"


어제 冬安居 해제

91개 선원 스님 2100여명 참선수행 끝내고 대중속으로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입력 : 2005.02.23 18:10 33'


정월 대보름인 23일은 불교 동안거(冬安居) 해제(解制)날이기도 했다. 동안거는 선승들이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 3개월간 선원(禪院)에서 바깥 출입을 삼가고 하루 12~15시간씩 참선에만 몰두하는 전통 수행법. 조계종의 경우, 올 동안거에는 91개 선원에서 2100여명의 스님이 참가했다.


▲ 법정스님은 "이웃집을 기쁘게 하면 우리집도 함께 기뻐지는 것이 생명의 메아리" 라며 "복 짓고 살자" 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해제 법회를 마치고 석달간 굳게 닫혔던 선원 문이 일제히 열리며 참선수행에 몰두했던 스님들은 대중 속으로 만행(卍行)을 떠났다. 이날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에서도 동안거 해제 법회가 열렸다. 도심 사찰인 길상사는 일반 재가자를 대상으로 한 동안거를 열었다. 20여명의 참가자들은 잠만 집에서 자고 90일 동안 새벽 4시 예불을 시작으로 저녁 6시 예불까지 참가했다.

신도 1000여명이 극락전과 설법전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이날 법회에서 법정 스님은 “복 짓는 삶을 살자”고 강조했다. “새해가 되면 흔히 ‘복(福) 많이 받으라’고 인사합니다. 그러나 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지어야 하는 것입니다. 온 세상은 인연으로 얽혀 있습니다. 내가 복 짓고 잘 살면 그 기운이 세계 곳곳에 영향을 주고, 복 까먹고 잘 못 살면 그 나쁜 기운 역시 퍼집니다.”


법정 스님은 복 짓는 일은 사람 사이뿐 아니라 모든 생명 사이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연말 수십만의 희생자를 낸 ‘쓰나미’(지진해일) 같은 자연재해가 왜 일어났는가 하는 의문을 오늘날 우리의 화두(話頭)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장기적 대안으로 ‘덜 쓰고, 덜 버리면서 늘 깨어 있는 삶’을 제시했다. 스님은 “인간의 불행은 물질결핍이나 신체결함보다는 원망, 서운함 같은 과거의 늪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며 “해제(解制)가 맺은 것을 푼다는 뜻이듯, 마음에 맺힌 것 풀어버리고 꽃 피고 새 우는 화창한 새 봄을 맞자”고 법문을 마쳤다.


법정 스님 "삶은 장애물 경주"


[중앙일보 2005-02-2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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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우석.오종택] ▶ 법정 스님이 23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동안거를 끝내며 법회를 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우리 사회는 참고 기다릴 줄 모릅니다. 누구나 즉각적인 만족과 해결을 기대하기 때문에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특히 인터넷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에게는 '그립고 아쉬운 것''소중하고 고마운 것'이 사라졌습니다."


법정(73.길상사 회주)스님이 세상을 향해 '참음'과 '기다림의 행복'이란 화두를 내놓았다. 23일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에서 1500여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동안거(스님들의 겨울수행) 해제 법문을 통해서다.


법정 스님은 법문에서 "산다는 것은 일종의 장애물 경주"라면서 "장애물 없는 삶은 알고 보면 매우 싱거울 수 있고, 개인과 사회 앞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왜 이런 일이 왔는가를 꼼꼼히 살펴야 하는데,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은 문제 해결이 아닌 '또 다른 업(業)'을 짓는 일"이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이날 법회 직전 "여배우 이은주씨 자살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라는 한 여신도의 질문을 받고 "그분의 개인적 사정은 잘 모르지만, 참고 기다리면서 삶의 연륜을 쌓아왔던 부모 세대의 지혜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동안거 해제의 '해제'엔 '맺힌 것을 풀어낸다'는 뜻도 있다면서 "대보름을 겸한 오늘 동안거 해제 날은 묵은 해의 찌꺼기를 없애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그래야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을 잘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wowow@joongang.co.kr > 사진=오종택 기자 < jongtak@joongang.co.kr >


[사진] 동안거 끝낸 법정 스님

[중앙일보 2005-02-2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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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오종택]


법정 스님이 23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동안거 해제 법회에서 '참음'과 '기다림'의 행복을 말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종교]법정스님 동안거 해제 법문

[동아일보 2005-02-24 02:14]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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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여러 인연이 얽혀 있고 모든 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잘못하면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잘살면 주변에 복을 뿌리게 되고, 잘못 살면 나쁜 기운을 끼치게 됩니다.”


강원도 산골에 칩거하고 있는 전 길상사 회주 법정(法頂·73·사진) 스님이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동안거(冬安居·스님들이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3개월간 외출을 금한 채 참선 수행하는 것) 해제 기도회 법문을 통해 인연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법정 스님은 “인간은 마치 물속에 있으면서 목말라하는 것처럼 늘 만족하지 못한 채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한다”면서 “이런 인간의 탐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지구는 살아있는 생명체나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일어났던 지진해일 같은 재앙이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른다”면서 “전체와 개체는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연까지 생각하며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이어 해제(解制)의 의미를 설명하며 법문을 마쳤다.


“오늘은 정월대보름 해제입니다. 해제란 맺힌 것을 푼다는 의미입니다. 마음에 맺히고 얽힌 것을 풀어야 자유로워집니다. 이미 지난 과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불행합니다. 마음에 맺힌 것을 푸는 날을 맞이하여 잘 푸시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십시오. 그래야 복을 얻습니다.”


이날 기도회에는 불교신도 등 1000여 명이 모였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