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한담 - 인디언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자
法 頂(스님)
지난 연말 남아시아의 지진해일로 인해 2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희생되었다. 일찍이 없었던 끔찍한 재난이다.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을 보면서 앞으로 닥칠 자연재해에 대한 예고 같아서 불길하고 두려운 생각이 든다.
지구는 무기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다. 건강할 때가 있고 병들 때가 있다. 지구는 지금 크게 앓고 있다. 그 위에 서식하는 ‘물것들’이 지구에게 너무도 많은 상처를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 지구를 의지해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 된다.
현대문명은 석유에 기반을 둔 허약한 문명이다. 지구에 구멍을 뚫어 끝없이 퍼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태워 지구를 더럽히면서 지구의 체온을 높이고 있다. 이래서 지구가 앓게 된 것이다.
이 지구를 어머니로 여긴 미대륙의 원주민(이른바 아메리카 인디언)의 지혜가 지구의 재난 앞에서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2000년 인디언 부족회의에서는 ‘미국에게 주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거기 이런 구절이 들어 있다.
“모든 생명을 가진 것들을 존중할 때만이 그대들은 성장할 수 있다. 어머니 대지를 사랑하고 존중하기를 우리는 기도드린다. 대지는 인간 생존의 원천이다. 이 다음에 올 여행자들을 위해 이 대지를 더 이상 더럽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물과 공기와 흙과 나무와 숲, 식물과 동물들을 보호하라. 한정된 자원을 함부로 쓰고 버려서는 안 된다. 보존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위대한 정령은 우리에게 이 대지를 소유하라고 준 것이 아니라 잘 보살피라고 맡긴 것이다. 우리가 대지를 보살필 때 대지 또한 우리를 보살필 것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되기를 우리는 기도드린다.”
이것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덫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이기도 하다.
체로키족의 ‘구르는 천둥’은 말한다.
“대지는 지금 병들어 있다. 인간이 대지를 잘 못 대해왔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큰 자연재해가 닥칠 것이다. 대지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시도로 몸을 크게 뒤흔들 것이다.”
20세기를 대표한 인디언 지도자 ‘토마스 반야시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는 인간이 물질적인 추구에 너무 매달리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생명 가진 존재들과 자신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날로 늘어만 가는 전쟁, 폭력, 인간이 저지른 잘 못 때문에 찾아오는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단순하고 간소한 생활 그리고 정신적인 추구에 있다.
50년 전 한 늙은 인디언이 말했다. 여자들이 이 세상을 구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남자들이 이 세상에다 어질러 놓은 것을 정리하고 치울 사람은 여자들뿐이라고 그 노인은 말했다.”
모성적인 사랑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뜻이다. 정화는 개개인의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