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적인 것은 없으니 있는대로 받아들여라"
[중앙일보 김성희 기자] "어지간히 해두라는 옛말은 삶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고 원한을 사게 됩니다. 생각을 돌이켜 돌아설 줄 알아야 합니다."
법정(法頂.74) 스님이 8일 하안거(夏安居) 해제를 맞아 법어를 통해 마음을 비울 것을 당부했다. 강원도 산골에서, 시중드는 상좌 한 사람 없이 수행하던 스님이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에서 거행된 해제법회에 모처럼 걸음한 것이다. 여전히 맑고 꼿꼿한 모습이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에 속지 마세요. 제가 직접 장작을 패며 살기 때문에 잘 아는데 아무리 찍어도 꿋꿋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나무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스님의 체험담에 법문 한 마디라도 놓칠 새라 숨죽이던 극락전 앞의 700여 대중들은 낮게 웃었다. 집착을 버리란 뜻이었다.
법정 스님은 또 "요즘은 찜통 더위란 말들을 많이 하는데 누가 찜통에 들어간 본 이가 있나요?"라며 "말이 씨 된다는 말처럼 우리가 하는 말에는 주술적 힘이 있어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을 함부로 할 게 아니라 책임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지러운 말들이 정신없이 오가는 요즘 세태에 던지는 꾸중으로 들렸다.
법회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법정스님은 "이번 장마에 암자 아궁이에 물이 찼는데 이것을 퍼내면 계속 물이 나오지만 그대로 두면 수압 덕인지 그 수준을 유지하면서 넘치지 않더라"며 순리를 강조했다.
이같은 당부는 법어에 이어져 "더워야 곡식도 익고 그러지 만일 여름이 춥고 겨울이 덥다면 그것이야 말로 기상이변"이라면서 "모든 현상에 늘, 항구적인 것은 없으니 언짢은 일 궂은 일도 한 때라 여기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안거는 음력 4월 보름에서 3개월 동안 승려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몰두하는 한국 불교의 전통 행사로, 이날 전국 94개 선원에서 2319명의 스님이 하안거를 마쳤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김성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aeja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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