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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07-04-16

    법정스님 봄 대중법회 (2007.4.15)

본문

"아쉬운 듯 모자라게 살아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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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과잉의 시대는 삶을 차분하게 돌아볼 여유를 빼앗지요. 행복해지려면 아쉬운 듯 모자라게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불교계 원로인 법정 스님(사진)은 15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가진 봄 정기법회에서 “나무마다 꽃과 새잎을 펼쳐 내는 봄날 우리는 이렇게 마주 앉아 생애의 한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며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이처럼 서로 눈길을 마주하고 인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직접적인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매화, 목련, 영춘화 등 봄꽃이 만개한 길상사의 법당과 앞마당에는 신도 1000여명이 참석해 스님의 법문을 경청했다.


“휴대전화, 컴퓨터, 텔레비전 등 편리한 정보수단을 갖고 있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들이 사람의 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과다한 정보는 오히려 공해가 됩니다.”


법정 스님은 “신속한 기계매체에 길들어 뭐든지 즉석에서 끝장을 보려다 보니 세상이 살벌해지고 자살자도 늘어난다”면서 “기계 의존도가 높아져 참고 기다리는 미덕을 잃으면 자기 자신이 영혼을 지닌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잊게 되며, 그럴 때 문명의 이기는 흉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생활도구에 종속돼 본질적 삶을 잃어버리면 내면을 가꾸는 것보다 외양에 치중하거나 남의 삶을 모방하게 된다”면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얼굴을 바꾸려는 성형수술이야말로 남의 삶을 모방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얼굴은 ‘얼의 꼴’이어서 각자 인생의 이력서와 같아 아름다움의 표준형이 있을 수 없다”면서 “덕스럽게 살면 덕스러운 얼굴이 되고 착하게 살면 착한 얼굴이 되는 법인데, 사람들은 그런 본질적인 것을 잊고 산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모든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 휩쓸리지 않고 자주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적게 보고 적게 들으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 찬란한 봄날 꽃처럼 활짝 열리는 삶을 살라”며 법문을 마쳤다. 법정 스님은 강원도 산골에 혼자 기거하면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자란듯 먹어야 맛 음미… 삶에도 아쉬운 여백 필요”




“이 풍진(風塵)세상, 세태에 떠내려가지 않고 제대로 살려면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적게 보고, 듣고, 꼭 할 말만 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삶의 의미를 거듭거듭 물어야 합니다.”


법정(法頂) 스님은 15일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에서 열린 봄 정기법회에서 ‘단순, 간소한 삶’을 권했다. 스님은 “21세기가 20세기와 다른 점 중의 하나가 인터넷이 활개치는 것”이라며 인터넷 세상의 ‘접속’과 인간의 본질적인 ‘접촉’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열었다.


컴퓨터의 사각 스크린에 ‘접속’해서 주고받는 정보는 인간의 냄새 없이 간접·일방·이기적인 만남이 되지만, 사람들이 대면해서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표정을 살피고 말에 귀를 기울이며 몰입하는 ‘접촉’은 직접·상호적이며 인간의 정이 흐른다는 것이다.


그는 “하루에 수십 통씩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사람들은 휴대전화, 컴퓨터, TV가 없어지면 살 맛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과다한 정보는 사람의 자리를 빼앗고 서로 영혼의 메아리를 전할 수 없기 때문에 분명 공해”라고 했다.


법정 스님은 특히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이 기다리며 참을 줄 아는 법을 잊고, 즉석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게 됐다고 높은 자살률 등을 우려했다.


“음식도 조금 모자란 듯 먹어야 맛을 음미하게 됩니다. 뭔가 그립고, 아쉬운 삶의 여백이 필요합니다. 친구와의 우정도 그리움이 고인 후 만나면 더욱 살뜰해집니다. 꽉 채우려 하지 말고 여백을 남겨야 합니다.”


그는 “얼굴은 그 사람의 ‘얼의 꼴’이기 때문에 덕스럽게 살면 덕스러워지고, 예쁘게 살면 예쁘게 된다”며 “찬란한 봄, 꽃처럼 활짝 열리시라”며 법문을 끝냈다.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