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후원하기 나의후원

대구

    • 09-04-21

    법정 스님, 19일 길상사서 정기법문 "자등명 법등명"

본문


"승가 생명력, 청정성·진실성에 있다"

법정 스님, 19일 길상사서 정기법문 "자등명 법등명"

2009년 04월 19일 (일) 13:34:31 이혜조 기자 reporter@bulkyo21.com


8727815e414bcde65a29b9f997f2a129_1669894664_5925.jpg

▲ 법문 중인 법정 스님ⓒ2009 불교닷컴."승가의 생명력은 청정성과 진실성에 있다.

생각 없이 절과 교회를 찾지 말고 내 삶을 맑고 향기롭게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맑고 향기로운 도량' 길상사 회주 법정 스님이 정기법문에서 세간, 출세간, 길상사의 문제를 비유적으로 언급하고 10년을 맞는 길상사의 변모를 주장했다.


19일 오전11시 서울 길상사 극락전에서 열린 여름정기법문에는 사부대중 1천여 명이 참석, 법정 스님의 법문을 경청했다.


스님은 "눈 부신 봄날이다. 다시 만나 감사하고 다행이다. 언젠가 내가 이 자리를 비우게 될 것이다"로 법문을 시작했다.


스님은 "길상사에 등이 너무 많아 꽃과 잎을 잘 볼 수 없다"며 "저마다 독특한 기량을 뽐내는 꽃이 피기 때문에 비로소 봄인 것이지, 봄이라서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며 신도들에게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주문했다.


법정 스님은 지구온난화와 컴퓨터 휴대전화 등 현대문명의 이기와 폐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스님은 "꽃이 피지 않는다면 봄 또한 아니다. 지구의 이상기온이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꽃이 피지 않는) 침묵의 봄을 걱정한다"며 "과소비로 치달으면 침묵의 봄이 오고 말 것이다"고 했다.


스님은 "여름 날씨가 봄에 오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며 "꽃은 우연히 피는 것이 아니라 추위와 더위, 가뭄과 장마를 꿋꿋하게 버틴 나무와 풀만이 시절 인연을 만나 인고의 세월을 배후에 두고 한 송이 꽃과 잎을 피운다"고 설했다.


스님은 이어 "매화는 여백의 미가 있어 반만 피었을 때, 벚꽃은 여한이 없을 정도로 활짝 피었을 때 아름답다. 복사꽃은 가까이 서 보면 비본질이 본질을 가리고, 배꽃은 가까이서 봐야 맑음과 뚜렷한 윤곽을 볼 수 있다"고 삶의 지혜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스님은 "인간사도 멀리두고 그리워하는 사이가 좋은 때도 있고, 가까이 앉아 회포를 풀어야 좋은 때가 있다"며 "휴대폰과 인터넷은 단박에 이룰려고 하는 것이라 인내를 모른다"고 말했다.



8727815e414bcde65a29b9f997f2a129_1669894676_5762.jpg 

▲ 19일 오전 성북동 길상사에서 신도 1천여 명이 법정 스님의 법문을 경청하고 있다.

ⓒ2009 불교닷컴.세간문제를 꽃과 잎에 비유한 법정 스님은 승가 내부 문제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반세기동안 여러 곳의 도량을 거치면서 체험적 진실로 안 것인데, 천수경에도 나와있듯 도량에는 도량신이 있다. 개인적 의지로만은 안된다"는 스님은 "도량신은 그 도량에 필요한 사람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거부한다"고 신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승가의 생명력은 청정성과 진실성에 있다"며 "길상사가 맑고 향기로운 근본도량인지 의문이 든다. 이 절의 스님, 신도, 오가는 불자들이, 삶이 저마다 맑고 향기로운가. 맑고 향기롭게 개선되는가가 중요한 문제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스님은 "정진의 힘으로 수시로 이 점을 점검해야 한다"며 "절 이전에 수행이 있었던 만큼 교회나 절을 습관적으로 다닐 게 아니라 왜 가는지를 스스로 묻고 의지를 가지고 가야한다"고 밝혔다.


스님의 길상사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따가운 할을 뱉었다.


"길상사가 10년째다. 진정한 도량은 눈에 보이는 건물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삶이 맑고 향기롭게 개선돼야 하며 도량다운 도량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힌 스님은 "절은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제 변할 때가 됐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스님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중은 믿을 게 못된다. 집 버리고 떠나온 사람들을 어떻게 믿느냐"며 "부처님께서도 자등명 법등명, 자귀의 법귀의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스님은 "나머지는 다 허상이다. (자등명 법등명...) 이것이 불교의 참 면목이다"며 "봄날은 간다. 덧없이 간다. (봄이 오가는 과정을) 거룩한 침묵을 통해 듣기 바란다"는 말로 법문을 마쳤다.

이혜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입력시간 : 2009-04-19 13:34:31]

[최종수정시간 : 2009-04-19 13:59:08]

ⓒ 불교닷컴(http://www.bulkyo21.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