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에서 환자들의 인권은 잘 보호되고 있는가? 의학계의 새로운 치료법은 과연 믿을수 있는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사회학ㆍ과학학 교수인 앤드류 스컬의 저서 '현대 정신의학 잔혹사'(모티브북 펴냄)는 20세기 초 미국 뉴저지 주의 트렌턴 주립병원의 원장인 헨리 코튼의 괴기스러운 환자 치료법을 통해 새삼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책에 따르면 현대과학의 발전을 신봉하는 엘리트 의사였던 코튼은 정신질환의 원인이 신체 부위의 국소 감염이며 이것이 일으킨 패혈증을 제거해야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생각에 따라 1919-1920년 코튼의 병원에서는 환자들로부터 4천392개의 치아를 뽑았고 542건의 편도 절제술이 이뤄졌다.
코튼은 당시 최신 의학기법이었던 X선 촬영과 현미경 관찰, 세균 배양 등을 통해 생식기관, 위, 맹장 등 다른 감염 부위도 찾아내 절제했다.
코튼은 여러 의학저널에 자신의 환자 중 85%가 회복했다고 발표했지만 그의 연구서를 검토한 여의사 필리스 그린에이커는 수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으며 그의 치료법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저자는 "정신의학계의 명망 높은 인사들이 자신들이 입을 피해를 두려워해 그린에이커의 입을 막기에 급급했다"며 "코튼의 스승인 미국의 저명한 정신의학자 아돌프 마이어는 그린에이커에게 모든 일을 비밀로 할 것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린에이커는 마이어에게 보낸 편지에 "사람들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촉구에 공감하는 가운데 조금씩 구르기 시작한 돌멩이들이 산사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며 "치료 성과에 대한 비판적 평가의 필요성과 개인적 열정을 서둘러 공표하는 일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트렌턴 주립병원 기록보관소와 코튼의 주변인물을 인터뷰해 책을 썼다는 저자는 "하급자가 권위를 가진 상급자들의 도덕적, 과학적 잘못을 과감하게 공개하려 할 때 과학계와 의료계는 신속히 일치단결해 대오를 정비하고, 비행을 폭로하려 한 사람에게 비난을 가하는 사례는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다"고 적었다.
전대호 옮김. 544쪽. 2만1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