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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13-11-06

    젊음을 시민운동에 받친 한 청년의 생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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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맺는 인연들이 흐르는 세월속에서 무심히 함께 흘러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연 있는 사람이 그 자리를 떠날 때

안타까움과 아쉬움과 미련과 후회가 밀려온다.

그때 왜 내가…….

그때 내가 조금 더……. 라는…….

법정스님의 정신과 사상에 공감하여 맑고 향기롭게 모임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때

1996년 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을 창립할 때 실무자로 일한 청년이 있다.

시민운동가로, 상근 활동가로

함께 할 회원을 모으기 위해 이런 사업, 이런 활동, 이런 행사를 밤새 기획하고

또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여러 사찰과 행정기관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야 했던…….

배고픈 시절을 보냈던 한 청년이었다.

4년제 대학을 나와 어엿한 직장에 취업할거란 부푼 꿈을 가지고 사회에 나왔던

그 청년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위한 운동에 뜻을 두어

고작 10만원 활동비로 생활을 하며 젊은 시기를 보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세상은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았다.

현실의 삶에 부딪친 그 청년은

자신의 꿈과 이상의 날개를 한쪽 접어두고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며 우유배달업을 하며

자신의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는 또 다른 길을 선택했다.

한쪽 가슴에는 맑고 향기롭게를 품고,

한쪽 가슴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품고

몸은 生業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던 그 청년이

낙엽진 가을, 차가운 새벽길에서 아쉽게도 꿈을 접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본래 모습 그대로 세상을 보자던 그가

진흙 속에서 피워나는 연꽃처럼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던 그가

아쉽게도 안타깝게도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꽃잎을 떨구고 말았던 것이다.

비록 법정스님만큼의 큰 스승은 아니었지만,

법정스님의 정신에 공감하여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그러한 청년이 있었기에

우리 사는 세상이 그리고 자연이 조금 더 맑고 향기로워 질 수 있지 않았을까?

‘맑음은 개인의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의 사회적 메아리’라는 스님의 말씀처럼

진흙 같은 삶에서 자신만의 연꽃을 피우고, 향기를 품었던 그 청년의 죽음에

고이 머리 숙여 애도한다.

그대 잘 가라……. 그리고 잘 자라~~~ 이 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