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물품을 이고있는 여인(AP=연합뉴스)
생존자들 정신적 쇼크 시달려…여성.어린이, 성폭력에 무방비 노출
(포르토프랭스 AFP.AP=연합뉴스) 아이티 지진 생존자들에 대한 구호 작업이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생존자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은 성폭력에도 시달리고 있다.
오는 12일 아이티 지진 발생 한 달째를 앞두고 이재민들에 대한 식량 배급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100만명으로 추정되는 이재민들이 곧 다가올 우기를 피할 수 있도록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실정이다.
유엔은 지난주에 1만여개의 텐트를 이재민들에게 지급했고 아직까지 1만6천여개의 텐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경없는 의사회는 7일 하루에만 2천여개에 이르는 가족용 텐트를 지급한 상태다.
현재 46만여명의 이재민들이 포르토프랭스의 임시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으나 위생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주민들의 불만도 극에 달해, 7일 프티옹빌의 한 캠프의 이재민들은 지난달 지진 이후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자신들을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시위를 벌였다.
또 지난 5일 아이티를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과 만나는 동안에도 수백여명의 아이티인들이 건물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진으로 사랑하는 가족이나 삶의 기반을 잃고 심각한 정신적인 쇼크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전체 생존자 5명 중 1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아이티에서 구호작업을 벌이고 있는 피에르 브뤼나슈 2세는 "가장 시급한 필요는 식량이나 물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정신과 전문의"라고 강조했다.
치안 상황도 여전히 열악해 대규모 이재민 캠프나 빈민가에서는 지진에서 겨우 살아남은 여성과 어린이들이 다시 성폭력의 피해에 노출돼 고통받고 있다고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
국제구호위원회(IRC)의 성폭력 피해 담당자 사라 스펜서는 "아이티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지진 이전부터 문제였지만 현재 여성과 여자 아이들은 공격에 훨씬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치안 부재로 범죄 조직들이 활개를 치고 대다수의 이재민들이 노숙을 하거나 이재민 캠프에서 낯선 남성들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지진으로 아버지나 남편, 남자 형제들을 잃은 여성과 아이들이 급증하면서 성폭력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재민 캠프에서는 남성들과 여성 소수가 쇠파이프나 칼을 들고 돌아가며 밤샘 순찰을 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구호 단체들도 식량 배급을 받으러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빈민가 여성들을 방문해 구호물자를 나눠주고 있다.
mong0716@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2/08 09: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