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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09-09-16

    안먹어도 배부른 고기밥상 그리고 용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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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의 언니와 82세의 동생. 두자매가 같이 사는 어르신집에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길상사에서 영정사진찍기에도 참여하셔서 더 반가운 어르신이였습니다.


저희들이 방에 앉아 동생인 장옥순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언니인 장옥남어르신께서 부엌으로 나가시더니 뭔가를 자꾸만 하십니다.


그러더니 냉장고에서 붕어빵과 미니쵸코아이스크림을 꺼내주십니다.

또 잠시후 부엌으로 가시더니 냉장고에서 냄비를 꺼내고, 무언가를 자꾸 하십니다.

도대체 뭘 하실려나 궁금해서 계속 지켜보니

냄비에 고기찜이 보이고, 야채를 꺼내서 밥상을 차리려고 하시는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혹시 우리 줄려고 그러시냐고?

어르신께서는 여기까지 왔는데, 밥이라도 먹고 가야된다면서

낮에 시장가서 고기사서 양념재워놨다면서 밥먹고 가라하십니다.


시간만 있었으면 얼마던지 먹고 왔을텐데, 기다리는 분들이 계서 어쩔 수 없이

괜찮다고...괜찮다고.... 몇번을 만류하고, 다음에 오면 먹겠다고 통사정(?)을 해서

겨우 어르신의 마음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고기(붕어빵)주시는것도 고맙다며 붕어빵을 맛있게 먹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저희들이 오기까지 음식을 준비해놓고 기다리는 그 마음 너무 고마웠습니다.)



가만히 앉아 얘기 나누는데

지난번 길상사에 초대해주고, 구경시켜주고 또 영정사진 찍어준것이 너무 고맙다며

언니어르신께서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십니다.


돈이 꽤 나옵니다.......


그러더니 10만원을 몇번을 살리시더니 사진값으로 고맙다며 주십니다.

그리고 또 4만원을 주시며 부처님전에 아들과 손자를 위해 축원을 해달라고 하십니다.

그러더니 동생어르신께 돈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동생어르신이 왜그러냐며 돈을 빌려드립니다.

돈을 받은 언니어르신이 안정희, 엄경숙님께 1만원씩 용돈을 주십니다.


그러자 동생어르신이 왜 저 남자는 안주냐며 언니에게 따집니다.

그러면서 속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저에게도 용돈을 주십니다.

그리고 자신도 봉사자분에게 용돈을 줘야된다며 또 돈을 나눠주십니다.

아이구~~ 장난이 아닙니다.... 돈을 떠나서 마음이 나누는 모습입니다.



다들 몇번을 사양하고, 안된다고, 괜찮다고, 반만 하라고.... 또 사정을 해도 안됩니다.

너무 많은 돈이 나오는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또 나라에서 돈 나오고, 자녀들이 찾아와서 용돈주니깐 괜찮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하십니다.

이런 노인들 사는곳에 찾아와줘서 이것이 더 고맙다고 하십니다.

지난번 길상사 다녀와서 꼭 부처님전에 공양을 올리고 싶었는데,

몸이 불편해서 절에 못 갔는데 이렇게 찾아와줘서 너무 고맙다며

다음 사월초파일에도 와달라고 하십니다.

그때까지 용돈모아서 또 부처님전에 올리고 싶다고 하십니다.


결국 눈물바다가 됩니다.

어르신께서는 울지말라고 달랩니다.


울다보니 기념사진도 못찍고,,, 겨우 마음 달래며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고로 두 어르신의 친정어머니께서는 강원도 원주에서 50년간 절을 운영하셨다고 하십니다.

두 분께서는 젊은 나이에 서울로 와서 교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교회를 다니신다고 하시네요.


종교를 벗어나,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맑고 향기로운 모습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