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절할 정도의 깔개에 엎드리느라 온 몸을
동그랗게 모아 108배를 했습니다.
일배 일배, 이 절을 왜 하는지 사회자 진명스님께서 낭독하는
참회의 말씀에 귀기울이면서 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108배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눈 앞에 불상이 보이기는 커녕
휘황한 불빛의 광고판이 머리 위에서 여보란듯이
뇌쇄적인 표정의 여인네가, 남정네가 등장하다가
춤추고 노래하는 무리들이 튀어나오고
빙그레 웃음짓는 지구가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딘들 절 아닌 곳이 없고
누구든 부처님 아닌 분이 없다고 하니
여기, 이곳에서 절하는 뜻을 새기는 일이 우선임을
거듭거듭 가슴으로 되뇌였습니다.
시청, 서울광장에서 연꽃 촛불 앞에 놓고 올린
108배, 참 서글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