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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07-04-08

    卽是現今 別無時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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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세게 직장 생활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7시 반 출근, 밤 9시 저녁 식사와 퇴근. 토요 격주 휴무제는 그림의 떡. 잘나가는 대기업이었지만 회사의 실적과 목표는 달력의 빨간 색 휴일을 사원들 스스로 반납하도록 경책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원들의 책상 머리에는 자식이나 아내, 연인들의 사진 한 장씩을 장식해가며 다시 스스로를 독려하고 있었습니다. 거래처가 있는 재래시장이나 할인매장, 백화점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기업과 시장은 삶의 질이 무엇인지 방기한 채 서로 격전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생산적 복지를 몸소 구현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원이었지만 그 자원들은 스스로의 역량을 경쟁을 통해서만 한정적으로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이 합리적 기제 속에서는 너와 나는 분명히 분리되어 있었고 어쩌면 이와 같은 분리를 통해서만 그 합리성은 운용될 일이었습니다. 여기는 강원도. 멀리 바다가 보이고 우리는 산을 오르내리며 식생을 탐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길에 핀 야생화 하나에 가슴이 설레어 디지털 카메라에 곱게 담습니다. 청진기를 서로의 가슴에, 이어서 봄을 맞아 한참 물이 오르고 있는 나무 기둥에 대어보며 생명의 숨결을 확인합니다. 생태계 보존을 환기시키는 작은 레크레이션 프로그램에 남녀노소 50명의 참가자는 너무나도 즐거워합니다. 참가자 모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닌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되어 따뜻한 봄 햇살 속을 뛰어놀며 즐길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색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 유치함을 저 역시 너무나도 즐겁게 받이들이고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함께 숲를 거닐며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까지만 너인지를 차마 분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환경운동가 법정 스님’을 마주하며 의구심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왜, 언제부터 환경운동가인가를 따지며 당혹해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숲기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한미 FTA를 반대하셨던 스님께 다시 거듭 머리를 숙여 경배하고 있는 중입니다. 숲기행 교재에 실렸던 시민운동 맑고 향기롭게의 취지문을 읽으며 다시 자신을 반추하는 중입니다. “마음을 맑히기 위해서는 또 작은 것,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만 한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 불가결한 것만 지닐 줄 아는 것이 바로 작은 것에 만족하는 마음이다. 하찮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소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노라면 절로 맑은 기쁨이 샘솟는다. 그것이 행복이다. … 물질의 노예가 아닌 나눌 줄 알고, 자제할 줄 알며, 만족할 줄 알고, 서로 손 잡을 줄 아는 심성을 회복해 가야만 한다. 이것이 참다운 삶을 사는 길이며, 삶을 풍요롭게 가꿔가는 방법이다. … 깨달음에 이르려면 두 가지 일을 스스로 실행해야만 한다. 하나는 자신을 속속들이 지켜 보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관리, 감시하여 행여라도 욕심 냄이 없도록 삿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만 한다. 또 하나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거대한 조직도, 일사불란한 조직도 아니었던 ‘맑고 향기롭게’. 하지만 그 어느 조직보다도 맑은 그리고 향기로운, 시민모임 맑게 향기롭게. 거울을 꺼내 비춥니다. 파도가 출렁이는 광활한 쪽빛, 이름없는 야생화의 수줍은 미소를 담고 있는 그 거울을 비춥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봉사하고 있는, 밑반찬을 조리해서 배달하고 있는 그 거울을 닦습니다. 이내 이 거울들은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과 이웃들도 비출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