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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 07-03-19

    내 먹을 것을 줄여 천지와 나눈다.

본문

내 먹을 것을 줄여 천지와 나눈다. 싯다르타는 자신의 식을 감하여 이를 천지에 공양하여 붓다가 되었습니다. 붓다가 된 이후에도 음식을 절제하여 극히 소식을 하였습니다. 그 식덕食德이 온 천지에 두루 퍼져 세월이 지날수록 그 법法이 더욱 원대해졌습니다. 나누는 것은 덕德을 쌓는 일입니다. 조용히 나누는 것을 음덕陰德이라고 합니다. 적게 먹고, 조금이라도 만물을 허비하지 않고, 하늘과 자연의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 그것입니다. 녹綠이 없으면 세상에 나투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각자 자기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죠. 식食이 있어야 명命을 이어가듯이 식이 다하면 명도 다합니다. 한입 더 먹는 것은 명을 줄이는 길입니다. 내 몫의 음식을 줄여 천지간에 살아있는 생물과 나누는 것은 크나큰 음덕이며 자비입니다. 흔히 누굴 돕는다고 하면 돈과 재물을 떠올립니다. 물론 돈을 나누는 것도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천지자연의 이치에는 돈이나 재물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먹을 양식을 아껴서 나누어야 참된 생명 나눔이 됩니다. 배불리 먹고 남는 것을 나누는 것도 덕이 되지 않는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내 먹을 것을 덜먹고 나누는 것만이 생명을 나누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먹고 남는 것을 나누는 것은 그 몫이 원래 받는 사람의 몫이지, 나의 식食을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내 몫을 덜먹고 나누어야 제대로 된 음덕입니다. 예로부터 ‘좀도리’라고 하여 우리의 어머니들은 아무리 힘이 들어도 부뚜막에 작은 항아리를 놓아두고 밥을 지을 때마다 쌀 한 수저씩 덜어 모았습니다. 곡식이 항아리에 차면 어려운 이웃과 나누거나 부처님 전에 공양을 올렸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족 몫의 식食을 나누어 복밭을 가꾸는 위대한 나눔이었습니다. 이런 우리 어머니들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켜 일제의 민족 말살 책동을 이겨내고, 민족이 총부리를 맞대고 싸운 육이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낳게 한 원동력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즈노 남보쿠의 ‘식탐을 머리고 성공을 가져라’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