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 김종길(金宗吉)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의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김종길(1926~ ) 시인은 현재 예술원 부회장으로 계시며, 문단의 마지막 선비라고 불릴 정도로 고고한 품격을 갖추신 분입니다.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은 성장의 기쁨과 반가움이며,“고운 이빨을 보듯”은 잇몸을 뚫고 나오는 어려움과 같은 등식으로 / 삶의 어려움과 아픔을 뚫고 착함과 슬기로써 기쁨과 반가움을 새해 아침에 맛보자는 것이겠지요. 평범한 일상어들이 생의 달관의식과 건강한 시 정신의 바탕 속에서 시화하여 이 시의 격(格)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 07년도 숲기행을 손꼽아 기다리며, 여러분 모두 새해에도, 가정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