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았습니다. 자제정사 가기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를 들으니 토요일부터 많은 눈이 내리고 날씨도 영하의 추위로 떨어진다는 말에 일요일이 걱정 되었다. 토요일 밤이 되면서 예보처럼 눈발이 날리기에 눈내리는 창밖이 보기 싫어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제발 내일 화성까지 가는데 지장 없도록 눈이 조금만 내리기를 바랬다. 요즘은 일기도 잘 틀리지 않는단 말이야 투덜거리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 밖을 내다 본 저는 하얀 세상만큼 제 얼굴도 하얗게 되어 버렸다. 그래도 금년 12월 마지막 봉사활동인데 기분좋게 가서 하고 와야지 투덜거리며 내의를 껴입고 목도리까지 두르고 단단히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이른 아침 눈내린 길을 걸으니 발에 밟히는 뽀드득 거리는 눈소리에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입에서는 늘 읊는 서산대사님의 선시가 생각나 흥얼거려졌다. 踏雪野中去하야 (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에는 不須胡亂行이라 (불수호란행) 모름지기 그 발 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今日我行跡은 (금일아행적)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이라 (수작후인정) 반드시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리라 눈이 온 날이라 참가자가 적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봉사자분들이 많이 모이셨다. 덕분에 자리가 부족하여 봉고차에는 덩치 큰 장정이 무릎에 까지 앉아서 가야만 했다. 좁은 차안에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오직 앞만 쳐다보고 가자니 눈내린 경치를 구경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눈이 언 도로를 달릴 때는 행여나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가슴졸이다 보니 목적지에 어떻게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운전을 잘 해 주신 백지현님 정말 고맙습니다. 미끄러질까 눈 치우고, 식당 난방용 연탄 나르고, 배추 다듬는 것을 돕다보니 겨울의 짧은 해도 많이 기울어 봉사활동도 마무리 되었다. 따뜻한 방에 모여 찐 고구마를 먹다가 내년도 맑고향기롭게 자제정사 봉사팀을 이끌어 갈 팀장과 총무를 새로 뽑아야 한다고 했다. 난 속으로 일을 열심히 하시고 항상 빠지지 않는 선배님(?)들 중에서 나오기를 바랬다. 이번에는 남자들 중에서 나왔으면 하시는 팀장님의 제안에 아무도 나서지를 않았다. 느닷없이 팀장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해 보란다. 우웨!(예?라는 말이 놀라서 나온 말) 말도 안되는 소리에 얼굴이 붉어졌다. 극구 사양에 공은 다시 노련한 선배님들께로 넘어갔다. 휴~~~ 그런데 못하겠다고 한참동안을 뻐틴 분이 결국 승리. 공이 다시 내게로 넘어와 엉겹결에 빼도 박도 못하게 돼 버렸다. 이제 10번 밖에 안나온 제가 분위기도 잘 모르고 어떻게 하라구요 어쩌구 저쩌구.... 구구절절이 변명했지만 안돼라는 말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안돼 안돼 안돼....돼가 되어버렸다. 팀장도 뽑혔겠다 모두들 기분좋게 팀장님이 준비해 오신 꽈메기로 막걸리 한잔에 피로를 풀 즈음 나는 꾸역꾸역 꽈메기를 입에 넣어야 했다. 이렇게 잘 되고 있는 봉사팀을 내가 맡아서 어찌 할까? 오늘 눈내린 도로에서 엉금엉금 기다시피 아슬아슬 달리는 봉고차처럼 내가 운전대를 잡고 그런 운전을 하게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아침 눈길에서 외운 서산대사님의 선시를 생각하며, 이미 앞서 지나간 여러 팀장님들의 발자국을 잘 따라서 간다면 되지 않을까 위안을 해 보았다. 앞서간 팀장님들의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더 보태 더 큰 발자국을 남긴다면 뒤에 오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요. 함께 일하게 된 총무 임사용님이 있어서 마음이 한결 푸근하다. 지금처럼 항상 밝게 웃어 주세요. 그리고 전임 팀장님, 총무님들 그리고 자제정사 봉사자 여러분 많이 도와 주세요. 전임 팀장, 총무님 고생많으셨습니다. 말고향기롭게 자제정사 봉사팅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