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막다른 곳에 살고 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평생 말다툼을 한 번 하지 않고 살았다.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뜨자 할아버지는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밤마다 혼자 잠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먼저 죽은 할머니를 부르며 외로워했다. 결국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죽은 지 1년 뒤에 세상을 떠났다. 죽은 할머니한테 간 것이다. 두 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열아홉 동갑시절 혼인을 하여 50년을 살았다. 아들 딸 낳고 그 자식들이 징용에도 가고 군대도 가고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먼저 저승으로 간 자식도 있었다. 긴긴 세월 평화라는 건 없었다. 다만 두 사람 부부가 오랜 세월 그래도 견디며 살아온 건 따뜻한 부부애였다. 함께 눈물흘리며 함께 힘든 짐을 나눠져준 한 쌍의 수레바퀴였다.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뜨자 할아버지는 바퀴 하나로 수레를 굴릴 힘이 없었다. 서 있는 수레는 함께 험난한 길을 굴러가는 수레보다 빨리 망가진다. <권정생 님의 <우리들의 하느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