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때에 일부러 찾아 들어간 선 수련회! 컴퓨터라면 포맷 시켜버리고 싶을 정도로 복잡한 머리 속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과연 내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길래, 이리도 어지러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3박 4일 동안 진행된 참선, 묵언, 발우공양의 과정을 통해 저는 이 답을 찾고 돌아왔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참선의 시간! 처음에는 자세도, 그리고 번뇌를 이겨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둘째날 오후부터는 차츰 이러한 것들에 적응이 되었고 오로지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욕심이 많고 집착이 강하여 스스로를 옭아매어 힘든 삶을 살아온 저에 대해 한참을 반성하고 또 반성하였습니다. 3박 4일 내내 이루어진 묵언! 말을 하지 않고 생활하면 참으로 불편할 것이라는 저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간 저는 쓸데없는 말을 어찌 그리도 많이 했던 것일까요? 아무 말이나 덜커덕 내뱉어 버리고,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묵언은 그저 말을 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말만을 하기 위해, 그리고 그 말을 내뱉기 이전에 다시 한번 그 말이 뱉어짐으로 인해 나타날 상황에 대해서까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인 것 같습니다. 즐겁고 재밌었지만 때로는 긴장된 발우공양! 환경을 위해 이보다 좋은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음식물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아니하고, 세제 사용을 하지 않아 수질 오염도 시키지 않는 발우공양... 공양 받은 음식물을 남기지 않고 모두 먹는 것,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설거지를 해 내는 것이 물론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역시 모두 수행의 한 방법이라 생각하니 그리 힘들지만도 않더군요. 특히나 천수물을 나누어 마시며 아귀가 되었던 경험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다들 기억하시죠?^^ 저희 인욕반만 둘째날 점심 공양 때 설거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천수물 나누어 마셨던 거...). 매일 아침 달맞이꽃이 피어있는 길을 따라 가 참여한 새벽 예불... 날이 밝아오기 전 푸스름한 어스름이 깔린, 연보라색의 벌개미취가 가득 피어난 극락전 앞마당에서의 행선... 공양 울력 때 후원(식당)에서 보았던 정신 없는 영춘화(봄도 아닌데 피어있더군요)... 후원의 정신 없는 영춘화 밑에서 오롯이 횃불을 밝힌 부레옥잠의 꽃... 달빛 아래 극락전 마당에서의 오카리나 연주와 참선, 그리고 1080배... 이 역시 잊지 못할 좋은 기억으로 머리 속에 남아 있게 될 것입니다. 짧다면 짧을 수 있고,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는 3박 4일간의 시간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이제 막 모든 것이 익숙해지려고 하는데 떠나와야 한다는 것이... 어찌나 발길이 떨어지지 않던지 일주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회향하였습니다. 물론 그 아쉬움과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해 오늘 다시 길상사에 찾아가 저녁 예불에 들었습니다만...^^ 그간 길상사와의 각별한 인연으로 길상사에 자주 발걸음을 하면서도 불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늘 조용히 왔다가 돌아가곤 했었는데... 이제 수련회 참가를 계기로 수계도 마쳤으니 떳떳하게 불자의 신분으로 길상사에 들려 저녁 예불에도 종종 들도록 해야겠습니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지도를 아끼지 않으셨던 주지스님, 강석스님, 지산스님, 보원스님, 청경스님...정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같은 배에 탔었던 도반 여러분!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무사히 수련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함께' 라는 말...이런 때 쓰는 말이겠지요...^^ 또한 저희를 위해 뒤에서 많은 준비와 도움을 주신 맑고 향기롭게 간사님들과 자원봉사자분들! 덕분에 편안히, 그리고 무사히 수련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애쓰셨어요~! 모두들 성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