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첫째날 그리고 둘째날 첫째날은 입재식후에 정신없이 지나갔다. 용어도 생소한데다가 하나하나의 동작이 내게는 왜그리도 어렵게 느껴지던지. 하지만 지산스님과 현장스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맞추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임를 반복해나가는 동안 어느새 저녁 발우공양을 하는데 얼마나 생소했던지 아마도 공양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은은하게 진행되는 저녁예불에 들어서야 절에 와있구나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윽고 시작된 108배로 속세에 있던 묵은 때을 땀으로 흠뻑 씻어내고는 회사일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를 벗어날수있었다. 의자 생활에 익숙했던 내게 좌선 즉 참선은 또다른 고통으로 자리했다. 지난해 그나마 몸의 유연성을 높여주고자 요가을 몇개월한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추시는 무릎과 허리고통을 어디다 호소할수있을까? 밤 10시가 넘어서야 끈적이는 몸을 누이니 그대로 첫날밤에 빠져들고말았다. 둘째날 은은하게 들기는 경내의 기상을 알리고 스님의 목탁소리에 잠을 깨고 아침예불을 드리고나니 기분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하지만 아직껏 묵언이란것에 익숙지 않은 탓일까? 몇몇 수련생들의 얼굴이 말이 아니다. 참아야지. 아침 예불후의 108배는 찌푸둥한 몸을 한껏 풀어주는데 좋은 역할을 하였다. 이어지는 현장스님 지도하의 포행. 독송에서 법정스님이 옮겨 놓으신 진리의 말씀중 " 모든일은 마음에서 근본이 된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대목에서 이제사 마음을 비워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현장스님은 전날 유격조교 같이 군기를 바싹 잡으시다가 포행. 독송시간에 들려주는 목탁소리와 은은한 진리의 말씀이 왜그리도 온화하던지. 아침 발우공양시 퇴수물을 돌려마실적에는 지산스님이 야속하기 까지 하였지만 나중에는 퇴수통속의 퇴수물은 밖으나 내가지 않고 그 줄의 사람들이 다시 골고루 나누어 마시도록하는 것이 절의 관례라는 것에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아침후 이어지는 도량 및 숙소청소에서는 함께 협동하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지산스님의 법문중에 불교미술관련 특히 한국사찰들에 대한 고찰에서는 시간이 너무짧은 느낌이었지만 그런대로 우리나라 사찰을 보는법 다리, 일주문, 천왕문, 해탈문, 불전에 있는 사물이야기(범종, 법고, 목어), 석등이야기, 탑이야기, 부처님을 모신 법당이야기등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수있어 좋았다. 강석스님의 참선시간은 모든 수련생들을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어찌나 다리가 그리 아프다고들 느끼던지. 하지만 모두들 자신의 몸이 유연하지 않은 것은 탓하지 않고 수련이 힘들어 하는 눈치이다. 하지만 본수련회는 나를 위해 온것이 아닌가? 오후첫시간에 부처님 가르침을 우리의 몸과 마음에 가득채우는 성스런운 행위라는 현장스님의 지도하에 사경이있었다. 사경 체험을 통해서 부처님이 내옆에 함께하시는 경건함과 기쁨같은 것을 느낄수있었다. 이어지는 참선을 통해서 고통을 극복하는길이 진정으로 득도하는것일까. 나만 고통스러운 것일까? 마음은 안 일으켜지고 온갖 환상에만 젖어있고 오후내내 상심을 해보았다. 이것도 수련의 연속일까? 그리고 요가시간을 통해 육체적인 피로을 다소 회복할수있어좋았다. 저녁 발우공양전 세면 세탁시간에 몸을 닦고는 싶은데 마땅치가 않았다. 입재전에 미처 수건이며 세면도구를 깜박 사무실에 놓고온것이 아닌가? 말도 못하고 이를 어쩌나 싶다가 문든 숙소인 도서관 바깥 한구석에 수건으로 걸레를 사용하는것이 아닌가. 이를 열심히 빨아서 꾹 짠다음에 세면장에서 목욕을 하고 걸레로 닦아내는 우(?)을 범하고말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부처님 말씀에 마음먹기에 달렸다하지 않았는가.! 저녁예불을 마치고 108배 정진을 통하여 침묵하였던 몸을 한껏 풀어주었다. 이어지는 유서쓰기에서는 그동안 가족들에게 등한시한 나의 생을 철저하게 자성하면서 남은 날까지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남을 위한 삶을 살겠노라고 적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하듯히 일에 묻혀서 가족의 고통은 헤아리지 못한 잘못이 내게도 있어 깊이반성하였다. 유서쓰기이후에 이어지는 참선은 스스로 절 생활에 젖어드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수있었다. 다리도 조금씩 안아파오고, 생각도 정리되다가 말다가하고...내일은 좋아지리라. 믿고 모든것을 부처님에 맡겨보자. 아니 나자신에게 맡겨보자고 생각하면서 깊은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