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장 반배. 전에 어머니따라 길상사에 한 번 와보고는 그 고요함과 맑은 기운에 마음이 참 좋았었습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수련회에 참가해 보라는 어머니의 권유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냈었죠.... 그 러 던 제 가, 올해는 또 우연찮게 어머니와 길상사에 들렀다가 제 스스로 이미 대기자까지 다 찬 상태라는데도 불구하고 신청을 해서 우여곡절 끝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미움과 원망으로 가득찬 마음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거든요. 거의 생존의 본능으로 참가하게 된 셈입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생존할 수 있게 되었구요. 모든 프로그램이 다 좋았지만, 특히 묵언수행이 좋았습니다. 주지스님 말씀대로 이래저래 서로 이야기하다보면 선입견과 편견이 생기게 마련인데 서로에 대해 그런 선입견이 생길 여지가 없이 묵언을 하니 고요하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다른 수련생들도 잘은 모르지만 어떠한 이유나 아픔이 있어서 이 수련회에 참가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동지감(?)이 느껴졌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지막까지 묵언 수행을 지켰으면 하는 점입니다. 수련 소감 발표하는 시간 외에는 끝까지 묵언수행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묵언이 풀리면서 긴장도 풀려버리고 분위기도 산만해 지고 불만을 말씀하시는 분도 보여 조금 마무리가 안좋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인원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귀로만 듣고 하는 거랑 실제로 스님들께서 보여주시는 시범을 보면서 하는 건 천지 차이거든요. 근데 뒤에선 하나도 안보여서 처음엔 막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절하는 방법이나 참선자세도 정확하게 배우고 싶었거든요. 그걸 옆사람 훔쳐 보면서 배우려니 화가 나더라구요. 하심을 생각하면서 참았지만요. 그리구 나중에 자리를 바꾸긴 했지만 그 땐 이미 자세배우기는 다 끝난 뒤였구요. 다음 수련회 때는 시범을 보일 수 있는 분들이 중간중간에서 같이 가르치시거나 아예 가운데서 스님들이 설법을 하시거나 인원을 적당하게 줄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유서쓰기를 하면서 저에게, 제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낼모레 죽는다면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가 확연히 보였습니다.(물론 바로 보인 건 아니구요.) 그리고 사람들과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맺힌 원망이나 미움이 내일모레 죽을 사람에겐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앞으로 생활하면서도 내일 아니 바로 지금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원망이나 미움이 아닌 따뜻함과 친절함으로 마음이 채워져 행동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발우공양은 정말 정성껏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먹어야한다는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 주었고, 여러 차례의 참선을 통해 저에게 던졌던 진정한 자유라는 화두에 대한 답이 조금은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참선할 때가 제일 몸이 고통스러웠었습니다.) 끝까지 자신의 물건을 깨끗이 정리하는 시간도 좋았구요 하심을 가르쳐주신 것도 감사하구요. 친절하고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자원봉사자 분들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주지스님 말씀 중에 (아마 1080배 하기 전이었던 것 같은데) '~하게 해 주십시오'가 아니라 '~하겠습니다'라고 발원하라는 말씀에 뒤통수가 서늘해 졌었습니다. 부처님은 우리 중생보다 먼저 깨달으신 분이고, 누구나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으니, '~하게 해 주십시오'가 아닌거였죠. 그동안 저는 정기적으로 절에 다니진 않았지만 힘들 때면 부처님께 절하면서 늘 뭔가를 빌었었습니다. 그게 잘못 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주지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속가와의 인연을 끊고 출가했다는 마음으로 보낸 2박4일동안 비워졌던 마음, 씻겨졌던 미움과 원망이 앞으로 생활하면서 계속될 수 있도록 정진하는 것이 도움주시고 깨달음 주신 주지스님, 지산스님, 덕원스님, 현장스님께 보답하는 길이겠죠? 휴, 묵언수행이 끝나니 말이 너무 많았네요. 가르침 주신 스님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련회가 아닌 평소에는 스님들의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없을까요?) 합장 반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