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련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틀밤을 꼬박 세워 일하고 수련회에 들어간 바람에 3박4일이 비몽사몽이었습니다. 워낙 선수련을 하다보면 마음 점을 잡지 못해 자꾸 비수사수에 빠지기도 하는데 체력 조건도 좋지 않은 상태여서 이튿날까지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뭔가를 얻어가야 한다는 강박에.. 잠을 자야 충실히 수련회를 할 것이라는 강박에 시달리며 언능 잠을 자서 원기를 찾아야 된다고 생각도 하구요.. 점심 공양을 하면서 잠을 자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현재 수련에 열심으로 하자고 마음을 다지니 그렇게 졸리던 기운이 없어지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이래서 모든 것이 마음 먹기 달렸다는 게지요. 현장스님의 발랄하고 강직한 안내와 여유롭고 보는 이를 편안케 하는 지산스님과 함께 한 수련회 이야깁니다.. 제가 작년에는 마음공부를 여기저기서 할 기회가 많기도 했고, 주변 여건도 마음공부를 하라고 밀어줬는데 올해는 도통 그런 기회도 없어 마음의 여유를 잃고 짜증만 나날이 늘어가 말 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지는 바쁜 나날이었습니다. 너무도 나를 보살피지 않고 보낸 날들이 길어서 수련회를 통해 '이뭣꼬' 화두에 집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간신히 마지막날 밤에 아주 짧은 몇 분(씩이나?) 집중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이고, 스님들께서 짬짬이 해 주신 말씀이 너무나 소중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서울 도심에 이런 절이 있고, 이런 프로그램을 열어주어 너무나 다행스럽고 소중합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발우공양을 하면서 퇴숫물을 받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함부로 버려지는 것, 내가 갖기 싫다고 버리는 것,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사소함에서 비롯되는 부주의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답이 없어도 되는 질문과 답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지. 묵언을 하면서도 느꼈습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잡소리 속에서 나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집중을 해야 하는지. 1,080배를 앞두고 열린 오카리나 연주회도 멋졌습니다. 작년도 좋았는데 올해는 더욱 좋았습니다. 설법전 부처님의 부드러운 황금빛을 배경으로 지석용님의 가요부터 영화음악까지 주주룩 꿰어내는 오카리나 연주는 깊은 밤, 1,080배를 앞둔 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위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간사님들과 자원활동가의 맑고 향기로운 보살핌도 이 수련회를 더욱 평안하고 행복하게 하였습니다. =========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