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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 10-03-23

    법정스님께 드리는 편지 -이지숙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본문

사랑하는 법정스님께 올립니다.


스님, 저는 올해 서른 되는, 예쁜 딸 아이의 엄마입니다.

스님께 무례를 무릅쓰고 '사랑하는' 이라는 말씀을 쓴 것은 그 말이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서 스님께 꼭 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께 편지를 쓴다는 마음으로 스님께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 스님께서 위중하시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그 뉴스를 듣는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말을 들은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되어서...


스님께 편지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스님은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한 분이십니다.

스님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제 인생의 절반을 스님의 글을 읽고, 스님께 해주신 말씀을 마음으로 새기면서 살아왔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주말마다 엄마가 싸 주신 반찬을 가지고, 목포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언니에게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은 농사일 때문에 바쁘시고, 언니는 혼자서 공부하고 밥 해먹느라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말에 해남에서 목포까지 버스를 타고 심부름을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멀리 버스타고 다니기가 무섭기도 하고 그랬는데 언니도 주말마다 저를 기다려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해서 곧 잘 다녀왔습니다.


그 때 언니의 자취방에서 '무소유'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때도 참으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언니에게 졸라 그 책을 선물 받고 목포를 오가는 버스에서 몇 번을 그 책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 뒤 저도 목포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학교가 유달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서 새벽마다 꿈 많은 소녀는 유달산을 오르내렸습니다.


그 책을 통해 제 삶의 질서와 규칙을 정하고, 스님의 말씀을 새겨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하루 하루가 오늘까지 이어진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스님의 책을 가까운 곳에 두고 보면서, 힘이 들 때 위로를 받고, 제 삶의 길잡이로 여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많이 아프시다니요.

정말 가슴이 아프고 슬픕니다.


실제로 스님을 뵙진 못했지만 사진 속 스님을 보면 맑은 눈빛과 기백 있으신 모습에서 많은 용기를 얻고 긍정적인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스님, 지금 제가 스님께 해드릴 수 있는게 없어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저는 스님께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는데요..

하루하루 매일매일 부처님께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스님 건강하신 모습으로 뵐 수 있도록 해주시라구요.

꽃도 피고 봄이 되었으니 스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어린 아이의 처음 봄 나들이에 길상사를 다녀와야겠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스님, 쾌차하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스님이 나으시길 간절하게 기도드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찾아 뵙지도 못하고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이 쓰립니다.


이 꽃은 해남집 마당에 핀 것을 말린 계란꽃입니다.

흔하게 길가에 피는 꽃이지만, 자세히 보면 정말 정이 가고 아름다운 꽃이지요.

스님께 미리 꽃 향기 전해드리고 싶어서... 책 갈피에 끼워 둔 예쁜 꽃을 꺼내었습니다.


마음으로 올리는 꽃 향기 맡으시고 기운 내세요.

스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0. 3. 10

간절한 마음을 가진 봄입니다.

이 지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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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스님 입적 하루 전에 쓴 편지가 스님 입적 후 길상사에 도착했습니다.


편지 안에는 마른 꽃 잎도 하나 들어있었습니다.


편지지에 쓴 원본 글은 첨부파일(한글)에 반영하여 올렸으니 참고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