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과 대통령의 합장(合掌)
법정스님을 보내드리며 무소유로 일관한 스님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익 추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원한 청량수 같아 반갑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마련된 법정스님의 빈소를 찾아 두 손 모아 합장 조문하는 모습도 내게는 인상적이었다.
변변한 공식 직책 하나 갖지 않은, 어쩌면 평범할 수 있는 한 스님을 대통령이 직접 조문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특정 종교의 예법을 그대로 따라준 일은 더욱 신선해 보였다. 종교편향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 대통령에 대한 과거 기억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은 아닐까?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종교편향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던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과 인연이 깊어 조계사를 자주 찾았고 조계사 성역화 불사에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원장 스님과 만날 때면 늘 합장으로 인사를 하였는데 말투는 놀랍게도 평어를 썼다. 동갑내기에다 깊은 친밀감의 표시였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합장은 분별 시비심을 넘어 일체가 평등하게 화합하는 완전한 진리와 사랑의 상징인 동시에 이를 지향하는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통령의 이번 합장 조문은 얼마든지 우리 사회에 내재한 반목과 불신의 뿌리를 뽑고 아량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새로운 문화를 싹틔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합장 배례하는 그 순간마음 속 깊은 곳에 담겼을 진정성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진정성이 중요하다. 심지어 예법은 다르더라도 진정성만 간직되어 있다면 작은 오해는 쉽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성을 못 믿어 준다고 상대를 탓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런 불신에 직면해 있는 스스로를 되돌아 볼 일이다.
조고각하(照顧脚下)! 흔히 말하고 듣는 말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내 눈의 티끌은 작게 보이고 남의 티끌은 커 보이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보통의 마음에 머무르는 한 우리는 세간의 아귀다툼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다는 것이 부처님의 통찰이 아니었을까? 지혜를 멀리한 삶은 괴로움의 연속일 뿐이다. 그런데도 자꾸만 지혜를 멀리하려는 우리의 어리석음은 어찌해야 할 지, 법정스님의 침묵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김 봉 래(정치외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