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우리 시대의 '별'이 지다
/최병춘 부경대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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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천체들은 대부분 '별'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행성)를 거느리고 빛나고 있는 별을 우리는 '태양'이라 부른다. 태양은 별들 중에서도 아주 평범한 가벼운 별이다. 별은 스스로 빛나고 있는데, 이는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반응 또는 핵융합반응의 결과로 남은 열에너지에 의한 것이다.
우주공간 가스·먼지로부터 별 탄생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생성과 소멸이 있듯이 별도 탄생과 종말이 있다. 별은 우주공간(성간)에서 가스(주로 수소와 헬륨)와 먼지(주로 작은 얼음, 탄소, 규소 덩어리)의 중력 수축에 의해 생겨난다. 우주공간에서 가스는 매우 희박하지만, 먼지는 가스에 비해 1조분의 1보다 더 희박하다. 그래서 초기에 별의 탄생은 대부분 가스덩어리로 이루어진다. 뭉쳐진 중심부가 자체 중력으로 강하게 압축되면 온도가 올라가는데, 가스덩어리가 충분히 크면 중심부 온도가 수백 만 도 이상으로 치솟아 자연스럽게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핵융합반응에 의한 열로 중심부 온도가 충분히 상승하면 열에 의한 내부 팽창력이 수축하려는 중력과 비기게 되고, 이런 평형상태에서 가스덩어리는 동그랗게 구형을 이루며 스스로 빛나는 별로 우리에게 보이게 된다.
별의 질량이 충분히 크고(태양 질량의 3배 이상), 계속되는 핵융합반응의 결과로 중심부에 탄소가 충분히 쌓이게 되면 별은 다시 수축하고 결과적으로 온도는 올라간다. 온도가 약 10억 도 정도에 이르면 탄소가 다시 핵융합으로 규소를 생성하는 반응이 일어난다. 중심부에 규소가 충분히 쌓이면 별은 다시 수축하고 중심온도가 올라가며 규소가 연소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런 일련의 반응과정이 반복되면 마침내 별 내부에는 철이 생성되고, 중심핵이 철로 바뀌게 되면 더 이상 핵융합반응은 진행되지 않는다. 핵융합반응이 멈춰버린 별은 더 이상 온도가 올라가지 않고, 무거운 중심핵 때문에 높아진 중력 수축을 내부 열 팽창력이 막을 수 없어 힘의 균형을 잃게 되며, 별은 중력붕괴가 일어나 마침내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태양질량의 10배 이상인 별은 계속되는 수축으로 중심부가 거대한 중성자 덩어리로 변하면서 급속하게 무너져 내리게 된다. 중성자들끼리 매우 가까워지게 되면 중성자들 사이에 강한 양자역학적 반발력이 생겨 무너져 내리는 바깥 물질들을 튕겨내며 격렬한 폭발을 일으킨다. 이를 우리는 '초신성 폭발'이라 한다. 폭발 후 중심핵은 20㎞ 정도의 '중성자별'이 되고, 중심핵의 질량이 어떤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중성자의 양자역학적 반발력도 더 이상 중력의 수축을 막을 수 없게 되어, 별은 마침내 계속 수축하여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블랙홀'이 된다. 그러나 모든 별이 블랙홀이 되도록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태양은 앞으로 100억 년간은 빛날 수 있을 것으로 유추되는데, 나중에 '적색거성'이 되었다가 표면이 떨어져 나가고 지구 크기 정도의 중심핵만 '백색왜성'으로 남아 핵융합반응 없이 내부의 열에너지만 방출하면서 서서히 식어가 마침내 별로서의 수명을 마칠 것이다.
'큰 별' 법정스님이 남긴 메시지는…
격랑의 한국 현대사에서 이념과 종파에 관계없이 우리시대의 '별'로서, 많은 산문집과 법문을 통해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깨달음을 전하시던 법정스님이 지난 11일 입적하셨다. 마지막 순간에도 마치 블랙홀처럼 자신의 흔적과 세속의 부질없는 격식 등을 모두 거두어, 흔적 없는 삶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남기고 가셨다. 평소 법정스님이 애써 전하던 메시지는 "일상의 삶에서 분에 넘치는 욕심 내지 않기, 한때의 삶이라도 각자의 느낌대로 단순하게 최선을 다해 살기, 이웃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 나누기, 삶의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며 새로운 시작임을 깨닫기, 아울러 삶과 우주가 향기롭고 아름답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기" 등이었던 것 같다. 우매한 중생으로서 설파하신 내용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실천에 옮겨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