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사리
홍사성 / 논설위원
법정스님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사람들은 귓속으로 이따위 너절한 말을 주고받았다. “스님이 입적하면 김수환 추기경만큼 추모 열기가 일어날까? … 오랫동안 수행한 분인데 사리는 얼마나 나올까? … 스님의 저서에 붙는 인세는 누가 관리하게 될까?”
그러나 이런 추측은 ‘속인(俗人)’들이나 하는 상상이었다. 3월11일, 입적소식과 함께 발표된 유언과 장례절차는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번거롭고 부질없이 많은 사람에게 수고만 끼치는 일체의 장례의식을 하지 말라…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화장하라…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 말라…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고자 하니 나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
이에 따라 스님의 문도 측은 조화도 받지 않고 영결식도 하지 않은 채 3일 만에 송광사에서 다비를 치렀다. 흔한 과일 한쪽 떡 한 개 없는, 소박하다 못해 간소한 장례식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아쉬워했지만 지나고 나니 평소 맑고 정갈한 필치로 ‘무소유’의 가르침을 펼쳤던 법정스님다운 ‘버리고 떠나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무소유(無所有)란 무엇인가. 모든 것이 무상해서 아무것도 소유할만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부귀와 권력과 청춘과 사랑도 뜬구름처럼 다 부질없다. 거기에 집착해서 아옹다옹하다 보면 인생 자체가 불쌍해진다. 어쩌면 스님은 당신의 죽음을 통해 이것을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법정스님은 영롱한 유형의 사리(舍利)를 남기지 않았다. 대신 스님은 ‘무소유’라는 고귀한 가르침을 남겼다. 이 가르침이야말로 그분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아름다운 사리일 것이다. 이 사리를 보고 들은 우리는 어떤 깨달음을 얻어야 할까. 삼가 스님의 영전에 꽃 한 송이 올린다.
[불교신문 2607호/ 3월20일자]
2010-03-18 오전 8:38:20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