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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0-22

    [불교닷컴]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첫 세미나 무슨 말 오갔나 -2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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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무소유' 첫 세미나 무슨 말 오갔나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5.10.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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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초기불교·명상·민주화로 '비움의 철학' 조명
덕조 스님 “불필요한 것을 버릴 때 비로소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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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무소유' 가르침은 AI 시대의 혼란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좌표이다.” 길상사 주지 덕조 스님

법정 스님 원적 15주기, 스님의 '무소유' 사상을 조명하는 자리가 처음 열렸다.

맑고향기롭게와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는 19일 길상사 설법전에서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말하다' 주제 제1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는 법정 스님의 사상과 수행, 사회 참여를 학문적으로 재조명하고 ‘무소유’ 정신이 오늘의 사회와 인간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되짚고자 상좌 덕조 스님이 마련했다.

덕조 스님은 인사말에서 “법정 스님은 떠나셨지만, 그 말씀은 여전히 맑은 향기로 머물며 우리의 삶을 정화시킨다”고 했다.

스님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 물질의 과잉, 인간관계의 단절, AI 시대의 혼란 속에서도 이 말씀은 여전히 유효한 삶의 좌표이자 성찰의 기준이 된다”고 했다

조계총림 송광사 주지 무자 스님은 원경 스님(심곡암 주지)이 대독한 축사에서 “법정 스님의 일생은 수행자의 삶이 곧 경전임을 보여준 사례이다. 무소유는 단순한 비움이 아니라 채움 속에서 자유를 되찾는 위대한 선언이었다”고 했다. 이어 “적게 원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해탈임을 몸소 증명하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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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우리 모두의 스님, 사계절의 스님”

이해인 수녀는 미리 보내온 축하의 글에서 “법정 스님은 우리 시대의 스승이자 마음의 치유자였다. 스님의 글과 말씀은 여전히 우리의 중심을 잡아주는 지혜의 등불”이라고 했다.

이어서 “산 위의 저녁노을처럼 은은한 그리움으로 나직이 불러보는 우리 모두의 스님, 사계절의 스님이다. 스님의 자비와 무소유의 정신이 자비로운 연꽃처럼 다시 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법정 스님 만난 뒤 인생 바뀌어”

기조발제자 이계진 전 아나운서(맑고향기롭게 전 이사)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가 늦게나마 열리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다. 이 행사가 스님의 사상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조명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서 “법정 스님을 단순히 존경받는 인물로만 언급할 것이 아니다.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그 사상과 가르침의 깊이를 체계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아나운서는 “스님을 알게 된 뒤 내 인생이 바뀌었다. 부모님이 나를 낳아주셨다면, 사람으로 사는 도리를 가르쳐주신 분은 법정 스님이었다. 스님의 책과 말씀은 제 인생의 스승이었다”고 했다.

이계진 전 아나운서는 가톨릭의 사랑 실천운동인 ‘포콜라레 운동’을 언급하며 “전쟁의 상처 속에서 한 여대생의 사랑이 세계적 운동으로 발전했듯, 우리 불교의 ‘맑고 향기롭게’ 운동도 그런 보편적 실천운동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세미나가 학문과 실천이 만나는 계기가 돼 법정 스님의 사상이 세상 속으로 더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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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는 초기·대승·선의 통합적 사상"

김재성 교수(능인대학원대)는 법정 스님의 사상을 초기불교·대승불교·선불교의 3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김 교수는 “법정 스님은 <숫타니파타>·<법구경> 등 초기경전의 단순하고 명료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대승의 자비와 선의 지혜를 통합한 수행자”라고 했다.

이어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금욕이 아니라 ‘자기로부터의 자유’를 향한 실천이었다. 스님은 '무소유' 가르침을 통해서 삶의 괴로움을 직시하고 집착을 내려놓는 사성제와 팔정도의 길을 현대적 언어로 되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에게 수행이란 순간순간 깨어있어 자기 삶을 점검하는 일, 곧 ‘마음챙김의 일상화’였다. 무소유는 불교철학과 명상의 통합적 사유”라고 했다

"집착 소멸이 곧 치유, 무소유는 실존적 해탈의 길"

인경 스님(명상상담 평생교육원장)은 '무소유'를 초기불교의 사성제 구조로 분석했다.

인경 스님은 “'무소유'는 단순한 산문이 아니라 '집착의 치유서'이다. 고의 원인인 집착을 멈추고 비워내는 것이 곧 멸이며, 그것이 마음치유의 근원”이라고 했다. 이어서 “법정 스님의 글은 자기 치유의 언어이자 실존적 수행의 기록”이라고 했다.

스님은 <무소유>를 교재로 한 '무소유 명상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또 "사띠를 '마음챙김'으로 번역하는 것은 잘못이다. 스님의 '무소유' 정신 대로면 '마음챙김'이 아니라 '깨어있음'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 백형찬 전 교수(서울예대) 교수는 “무소유는 윤리나 종교를 넘어 자기 성찰의 철학서로서 불안의 시대를 치유하는 정신적 백신”이라고 했다.

"법정 스님의 공은 무 아닌 충만한 여백"

문진건 교수(동방문화대학원대)는 법정 스님의 수행관을 현대 심리치료와 비교하며 “법정 스님은 명상과 심리학을 연결한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스님의 수행은 자기관찰, 비움, 공감, 자비의 4단계로 구성된다. 이는 명상상담의 치유모델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정 스님의 ‘공’은 무가 아니라 충만한 여백이고 자아를 비움으로써 전체와 연결되는 체험이다. 법정 스님의 수행은 인간 내면을 통한 공동체 치유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신진욱 겸임교수(동국대)는 문진건 교수의 연구가 수행의 치유적 가능성을 조명했다는 점을 긍정하면서, 무소유를 브랜드화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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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에 계시던 법정 스님 (사진=맑고향기롭게)
"법정 스님의 침묵은 항복 아닌 저항"

여태동 박사(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신문 기자)는 “1975년 인혁당 사건 이후 불일암으로 들어간 법정 스님의 침묵은 항복이 아니라 저항이었다. 비폭력 수행이야말로 스님이 시대의 폭력에 맞서 택한 민주화의 길이었다”고 했다.

이어서 “법정 스님은 함석헌, 장준하 선생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 결성에 참여하며 종교인의 양심행동을 실천했다. 스님은 침묵과 은둔을 통해 수행으로 저항했다”고 했다.

토론자 백경임 명예교수(동국대)는 “법정 스님의 민주화운동은 비폭력 실천이라는 종교적 윤리를 사회적 행동으로 확장한 전형”이라고 했다. (별도 기사 있습니다)

법정 스님의 맏상좌 덕조 스님은 “은사 법정 스님의 '무소유' 가르침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하나의 삶의 형식이었다. 오늘 제1회 세미나를 시작으로 맑고 향기롭게 이어 온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학문과 실천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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