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누구입니까?”
답답하면 눈을 감고
세상의 소리 대신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라
그 울림이 곧 세상 보는
마음…지금 행복하라
“조바심 내지 마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을 때 마음에 꽃이 피어난다.” 직장인이든 가정주부든, 학생이든 자신 앞의 생은 항상 낯설고 힘들다.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정신없이 앞으로 달려가지만 결국 제자리다.지친 삶을 달래줄 ‘소소한’ 가르침이 책으로 전해졌다. 송광사 불일암에서 수행중인 법정스님 맏상좌 덕조스님의 글이다.불일암에서 출가한 덕조스님이 불일암을 다시 찾은 것은 “수행하라”는 법정스님의 유언 때문이었다. 도심을 떠나 산에 간 덕조스님은 마음을 찾았다. 현재 송광사 승가대학장이기도 한 덕조스님이 펴낸 첫 번째 에세이집 <마음꽃을 줍다>는 상처 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100여 편의 글과 사진으로 짜여졌다.“우리는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관계속에서 살아갑니다. 관계라는 것은 인연입니다. 우리가 어떤 인연을 맺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집니다. 세상에 태어나 만난 첫 번째 인연은 부모님입니다. 부모님을 만난 것은 내가 선택한 인연입니다. ‘왜 나를 낳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머니 태에 들어가 만든 인연입니다. 오늘의 나는 누구입니까. 꽃밭에 가면 꽃향기가 나고, 생선파는 시장에 가면 비린내가 납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바로 습관과 관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일 또한 인연입니다.”삶을 돌아보게 하는 에세이와 함께 스님은 마음의 눈을 뜨라고 조언한다. 답답하면 눈을 감고, 세상의 소리 대신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한다. 그때 느끼는 깊은 울림이 곧 세상을 보는 마음이라는 것이다.매일 부지런히 기도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삶, 하루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삶,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우리의 행복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수는 돈과 권력을 좇아간다. 덕조스님은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고 마음을 바르게 쓰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진정한 기도란 사랑하는 사람보다 미워하는 사람을 향해 하는 것”이라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큰 그릇에 많은 풍경이 담긴다.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포용하라.”이 책은 스님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연재한 95편의 단상과 5편의 에세이, 71개의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수행자로 살아온 덕조스님의 마음이 담긴 글과 사진이다. 덕조스님이 그동안 책을 내지 않은 것은 “혹 은사 스님의 그림자에 누가 될까”하는 조바심 때문이었단다.“(법정스님은) 여행을 다녀 오실때마다 면도기와 만년필 등 선물을 살뜰히 챙기셨다.” 산과 같은 스승을 모셨던 덕조스님은 “‘글 잘 쓰네. 계속 글 좀 쓰지’라는 은사 스님의 권유를 몇 번 들었지만 이제야 책을 낸다”고 고백한다.덕조스님의 사진은 따뜻하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 비내리는 추녀 등 자연을 담은 사진과 이방인과 마주 앉은 노파의 모습, 강을 내려다보는 한 중년의 남자 등 사람의 삶을 렌즈에 담았다.사진작업은 법정스님이 25년전 카메라를 사다주면서 시작했다. 덕조스님은 그동안 글 대신 사진을 찍었다. <티베트 사진전>을 개최한 것을 비롯해 2005년 제1회 템플스테이 사진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행복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그 전에 웃어야 합니다. 자칫하다가는 웃어보지도 못하고 죽게 됩니다. 나에게 묻고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간절함이 가득해야 삶이 충실합니다. 하루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를 온전하게 살면 후회없이 살게 됩니다.” 산속 암자에서 띄우는 덕조스님의 마음이다.덕조스님은 1983년 송광사에서 법정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송광사 강원을 졸업했다. 대만에서 계율학을 공부하고 1997년 서울 길상사 주지와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 이사를 역임했다. 2009년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선원에서 정진하다가 지난해 조계총림 송광사 승가대학 학장으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불교신문3113호/2015년6월17일자]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