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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까지도 맑고 향기롭습니다
- 만다라
- 입력 2015.05.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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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 조선대 교수, 법정 스님 추모전
산새들의 목을 축여주던 돌물확, 그림자까지도 단정한 나무의자, 댓돌위 가지런히 놓인 고무신 한 켤레, 소담히 눈 쌓인 초가집. 이 작고 얌전한 것들을 돌봐주던 스님의 여윈 손은 찾을 수 없지만 그 향훈만은 화폭 가득하다. 법정 스님 열반 5주기, 그 빈자리가 아직도 그리운 이는 스님의 추억 오롯이 담겨있는 불일암을 화폭에 담았다. 1975년 서울을 떠난 후 1993년 강원도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17년 여를 주석했던 불일암은 적요했던 법정 스님 삶의 향기가 가장 짙게 배어 있는 곳이다.5월26일까지 길상사 설법전서‘불일암 추억’ 담은 36점 전시‘무소유를 추억하다’ 수필도 출간“1981년 처음 법정 스님을 뵌 후 가끔 불일암을 찾았습니다. 세 번 가면 한 번 정도 스님을 뵐 수 있었죠. 스님이 안계시면 안계신대로 불일암을 서성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나무에 불어오는 바람소리, 풍경소리, 달빛, 꽃향기 그런 것들을 만났습니다. 3~4점씩 스케치를 하다 보니 불일암의 사계절도 고루 담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불일암에 주석하실 당시의 법정 스님, 제 마음 속 가장 그리운 시절에 대한 추억이 담긴 화폭입니다.”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고현(맑고향기롭게 광주본부장) 조선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5월26일까지 서울 길상사 설법전에서 전람회 ‘불일암 추억’을 연다. 법정 스님의 마지막 당부처럼 번거로운 행사나 치장 없는 담박한 전시회다. 작품들도 그런 법정 스님의 모습과 닮아있다. 단정하고 소박하다. 법정 스님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서나 스님의 손길이 느껴진다. 마치 지금 막 매만지고 지나간 듯 온기가 전해진다.“불일암을 오가며 가까이서 뵈었던 법정 스님은 누구보다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유쾌한 농담도 무척 잘 하셨지요. 많은 사람들이 스님을 서릿발 같은 수행자의 표상으로만 생각합니다. 물론 그 점도 맞습니다. 하지만 불일암의 자연, 그곳의 작은 생명들에게 전해주셨던 스님의 자비는 그 무엇보다 따뜻하고 푸근했습니다. 그런 스님의 모습을 화폭에, 그리고 수필집에 담고 싶었습니다.”정년퇴임을 앞두고 불교미술의 현대화와 불교디자인분야의 개척에 매진했던 40여 년을 돌아보던 고현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커져만 가는 그리움, 법정 스님과의 추억을 화폭과 책에 옮겨 담았다. 특히 “무엇이 진짜 사람을 위한 길인가”라고 묻던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수필집도 함께 출간했다. 5월18일에는 고현 교수의 수필집 ‘무소유를 추억하다’ 출판기념회도 열렸다. 하지만 별다른 행사 없이 스님 영전에 책을 올리는 것으로 출간을 고했다. 법정 스님의 뜻이 이어지고 있음이다.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