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송광사·길상사 안치… 49재 뒤 散骨
법정스님 문도들, 정부 훈장 사양
법정 스님이 자신을 태운 불길 속에 ‘무소유’의 향취만 가득 남긴 채 먼 길을 떠났다. 다비식을 마치고 14일 오전 수습된 스님의 유골 중 일부는 전남 순천시 송광사 지장전에 안치됐고, 나머지는 송광사 불일암과 서울 길상사에 안치됐다.
길상사에 안치된 유골은 쇄골(碎骨) 과정을 거쳐 4월28일 송광사에서 열리는 49재 이후 스님이 홀로 살았던 불일암과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산골(散骨)을 진행한다.
앞서 14일 오전 송광사 조계산 언덕에 마련된 전통 다비장에서는 상좌 스님과 문도, 그리고 시민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습골의식이 진행됐다.
상좌 스님과 문도들은 송광사 지장전에 유골이 안치되자 합장과 묵념을 하며 큰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했고 시민들도 순서대로 분향 등을 마쳤다. 13일 오전 시작된 다비식에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한 스님과 불자, 그리고 평소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던 시민들 1만여명이 참석, 고인을 애도했다.
길상사에서는 21일 추모법회가 치러지는 것 이외에 초재(17일), 2재(24일), 3재(31일), 4재(4월7일), 5재(4월14일), 6재(4월21일) 등이 차례로 진행된다.
한편 법정 스님의 원적 이후 정부가 훈장을 추서하려 했지만 문도들이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조계종 총무원에 따르면 정부는 법정스님이 지난 11일 입적한 후 고인이 생전에 주옥같은 글과 강연, ‘맑고 향기롭게’ 운동 등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국민훈장을 추서하기 위해 조계종 총무원을 통해 문도 측의 의견을 물었으나 문도들은 이를 정중히 사양했다.
문도들은 “훈장을 받는 것은 법정 스님의 평소 말씀과 장례의식을 간소화하고 주변을 번거롭게 하지 말라는 유언 등에 맞지 않다”며 총무원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양의 뜻을 전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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