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어른스님 동안거 해제법문하시던 날 오후 길상사 행지실에서
어른스님께 새해인사로 세배를 하고 난 후, 부채를 쓰~윽 꺼내어
"스님! 세배돈은 안 받을테니 부채에 좋은 글 하나 적어주십시오"
속으로는 "혼나면 어쩌나"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척 웃으면서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부채는 부치는건데...' 하시며, 사양할 듯 말듯 하시길래
바로 '올 여름에 잘 부치고 다니겠습니다' 했다.
그러면서 준비해간 붓펜을 주머니에서 꺼내자,
스님께서 웃으시면서
"이런건 붓으로 써야 제 멋인데....." 하시며, 아주 잠깐 고민하시더니
'산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이라 쓰시고
산과 달을 그림으로 그려주셨다.
그리고 '한문으로 법정을 싸인한거'라 말씀하시며
부채질을 한 두번 하시면서 건네주셨다.
한 시대의 큰 어른이면서도 동네 할아버지 같았던 스님의 모습이
늘 감사한 시절이였다.
늦은 밤 스님의 옛책을 꺼내 읽으며, 너무나 뵙고 싶은 마음에
서랍속 부채를 꺼내보며 옛 생각을 떠올려 본다.
어른스님의 감로수 같은 말씀과 성큼성큼 걸으시는 모습이 너무나 그리운 밤이다.
스님! 하루 빨리 일어나시어,
산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오래오래 느끼시옵소서 ...()...
어른스님의 빠른 쾌유를 부처님전에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
※ 이 글은 스님 입적하기 나흘 전 길상사 홈페이지에 스님의 쾌유를 기원하면서 쓴 글을 관리자가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