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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 13-04-10

    법정스님 길상사서 법회 “자비심과 사랑에서 지혜 움터” - 2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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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길상사서 법회 “자비심과 사랑에서 지혜 움터”


동아일보| 기사입력 2004-10-18 01:01 | 최종수정 2004-10-18 01:01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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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가장 큰 수행입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땅의 자비로움과 용서를 배워 내 마음의 독(毒)을 용서로 푸십시오.”


강원도 산골에 칩거 중인 법정(法頂·72) 스님이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2동 길상사 극락전에서 대중법회를 가졌다. 4월 이후 올해 두 번째로 가진 이번 대중법회에서 스님은 달라이 라마의 대담집 ‘용서’의 한 구절을 예로 들며 자신을 핍박한 사람까지도 끌어안는 관용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법정 스님은 달라이 라마가 중국 치하 티베트에서 18년간 옥살이를 했던 한 티베트 승려에게 ‘두려웠던 적은 없었느냐’고 묻자 그 승려가 ‘내가 중국인을 미워하게 될까봐 가장 두려웠다’고 대답한 구절을 인용하며, “내가 그 처지였으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러지 못했을 것 같아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법정 스님은 지난해 12월 길상사와 봉사단체인 ‘맑고 향기롭게’의 회주(會主·법회를 주관하는 승려)직을 내놓으면서 매년 봄가을 두 번만 법회를 갖기로 했다. 이날 법회에는 1000여명의 신도가 몰려 극락전 앞을 가득 메웠다.


법정 스님은 “길상사가 ‘맑고 향기로운 근본 도량’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움찔한다. ‘직심(直心·바른 마음)이 곧 도량’이라고 했는데 내가 과연 그런지 부담을 느낀다”며 신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자기 (삶의) 무게를 어쩌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그를 덜어 보려고 절이나 교회를 찾습니다. 그러나 자기 밖으로 한눈을 팔아 보고 듣는 것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소리를 들으십시오.”


스님은 길이 1m가 넘는 수저밖에 없을 때 극락에서는 서로 상대를 먹여 주지만 지옥에서는 자기만 먹으려고 아귀다툼한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며 “똑같은 상황에서도 이웃을 먼저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바로 그런 순간 ‘나’라는 존재가 확대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비심이 부처이고 하느님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비심과 사랑에서 지혜가 움틉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뜻은 거기에 있습니다.”


스님은 또 ‘지옥이 텅 빌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고 한 지장보살처럼 본질적인 서원(誓願·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맹세)을 할 것을 당부했다.


“‘고3 아이 대학 붙게 해 주십시오’ ‘빚 떼어먹은 사람 찾게 해 주십시오’ 같은 것 말고 청정하고 광대한, 본질적인 원(願)을 지니십시오. 그리고 그에 따라 행동하십시오.”


“매인 데 없이 살고 싶다”는 말로 법문을 시작했던 법정 스님은 “열린 세상에서 열고 살아가길 바란다”며 법문을 마쳤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