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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4-10

    불교계 환경지키기 뜨겁다 - 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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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환경지키기 뜨겁다


한겨레| 기사입력 2004-06-23 18:37 | 최종수정 2004-06-23 18:37

[한겨레] 해인사의 잇따른 대형불사에 불교계가 팔을 걷어부쳤다.


불교계 단체들이 나서서 21일 불사의 재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해인사


재적 스님 74명도 지난 18일 해인사쪽이 추진하는 불사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불사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산중의 임회 위원들에게 돌린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21일 있었던 기자회견에는 대한불교조계종중앙신도회,


참여불교재가연대, 불교인권위원회, 대한불교청년회, (사)맑고향기롭게,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불교환경연대, 대한불교전국산악인연합회 등 17개 주요


단체들이 참여했다.


재적승들이 내부적으로 돌린 ‘해인총림 현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신행문화도량, 내원암 건립과 마장터 개발 문제는 물론이고 동판대장경 제작에


대해서까지 잘잘못을 세세하게 짚은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건의문은 이


불사들을 11월 임기가 끝나는 주지 세민스님의 재임 문제 등 정치적 의도와


연결짓고 있어,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해인사를 복마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해인사 스님들, 불사철회


‘연판장’


이들은 건의문에서 “해인사 사중 책임자(주지)에 의해 추진되는 여러가지 대형


불사가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총림의 수행분위기를 저해하고, 사중을


온통 개발이익을 쫓는 복마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이런 불사가) 현


주지스님의 재임과 맞물리면서 해인사 대중의 걱정을 넘어서 국민대중의


걱정거리로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법전 종정 스님의 거처로


추진되고 있는 내원암 건립과 관련해서도 “총림 어른 스님의 뜻이라기보다 현


주지스님의 재임과 연계된 선심행정의 산물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본사 주지의 인사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산내 암자를 중심으로 서명을


받았으며 이 건의문은 산중 120여 말사와 본사 소임자와 암자 스님들에게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인사쪽은 22일 대책회의를 가졌으며, 서명자에게 일일이


본인의 의사 여부를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기자회견을 연 불교계 단체들은 해인사의 대형불사가 불교계의 환경보호


활동에 찬물을 끼얹고, 앞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수행환경 훼손에 대해


불교계가 나설 명분을 근원적으로 도려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립공원 지키기 운동이 개발 반대에서 훼손된 상처의 복원으로 변하는


현실에서 절집이 앞장서 개발과 훼손을 할 경우 불교계 전체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세영스님은 “생명평화의 종교인


불교는 다른 새명을 자신의 생명처럼 존중하도록 가르치는데, 이번 불사는 이런


가르침과 어긋나는 것으로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소통안돼 흙속 생물 죽일수 있다”


월정사, 절앞도로 포장불가 결정




가야총림 해인사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절집도 있다. 오대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주지 정념스님)는 최근 월정사 앞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지방도로 7.2km 구간에 대한 포장을 거부했다. 대웅전 앞마당까지


산을 깎아 길을 내고 포장을 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대개의 절집들과 사뭇


다르다.


월정사 앞으로는 상원사, 북대암을 거쳐 홍천군쪽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록


446호선이 지나간다. 월정사쪽은 그동안 오대산 국립공원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탐방객들이 활보할 수 있도록 상원사에서 북대암으로 넘어가는 도로를 막아 자동차


통행을 제한했다. 자동차 속도를 줄이고 생태계의 피해를 줄이도록 도로포장도


억제해왔다.


이에 대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월정사에서 상원암까지 구간만이라도 포장을


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신작로의 훼손이 심하다는 이유였지만, 자동차 통행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고려도 깔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월정사는 지난 5일 본말사


주지 및 신도회 임원, 지역주민, 환경전문가들로 오대산환경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장은 동대 관음암의 월면스님이 맡았다. 관리공단은 포장 소재로


아스팔트보다도 저렴한 아스콘을 활용했다.


환경위원회는 20여일 동안의 조사 및 논의 끝에 불가 결정을 내리고 이를 공단에


통보했다. 포장할 경우 비가 흡수 안 되고, 공기 소통이 안돼 흙속의 생물은 물론


흙 자체가 죽을 수 있으며, 자동차 운행속도가 빨라져 동물 혹은 탐방객의 피해가


우려되며, 탐방객들이 마음놓고 주변 환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없게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환경위원회는 이와 함께 현재 강원도와 공원관리공단이 이중으로


관리하는 446호선 도로를 공원도로로 편입해 관리공단이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물과 공기가 오갈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확보할 것과, 도로를 포장할 경우


탐방객들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자연탐방로가 개설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요컨대 탐방객과 동물의 길을 자동차에게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대산환경위원회 관계자는 “관광객과 신도가 밀려오면 수입이야 늘겠지만,


이보다는 사람과 자연의 친구들이 아름답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 흙길이 친환경적으로 보존되고 관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곽병찬 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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