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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4-10

    길상사 회주사임 법정스님 “말이 너무 많았다” - 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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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회주사임 법정스님 “말이 너무 많았다”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3-11-26 23:00 | 최종수정 2003-11-26 23:00


서울 성북동 길상사 회주 법정(法頂·71)스님이 길상사 회주(會主·불교에서 법회를 주관하는 승려로, 법사를 이르는 말)에서 물러난다.


법정스님은 27일 발행되는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동명(同名) 월간 소식지를 통해 “길상사 회주와 ‘맑고 향기롭게’ 회주에서 동시에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님은 “회주는 그만두어도 한 사람의 불자와 ‘맑고 향기롭게’ 회원으로 머물며, 길상사와 ‘맑고 향기롭게’를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지금까지 침묵의 중요성에 대해 누누이 강조해왔는데 정작 나 자신은 너무 많은 말을 해왔다”면서 “앞으로 말을 줄이겠으며, 꼭 해야 할 말은 유서를 남기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맑고 향기롭게’의 김자경 기획실장은 “스님은 길상사에서 정기적으로 해왔던 일요법회의 횟수를 줄인다는 뜻도 전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산문집 ‘무소유’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법정스님은 물질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청빈의 교훈을 전해온 길잡이였다. 스님은 평소 “소외된 사람들과 가난한 절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1996년부터 길상사 회주로 있던 법정스님은 지난 10년간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 칩거하며 외부활동을 삼간 채, ‘맑고 향기롭게’ 소식지에 매달 원고를 기고하고 길상사에서 두 달에 한 번씩 법문을 하는 일정만 유지해왔다. 길상사는 시인 백석의 연인이며 요정 ‘대원각’을 운영했던 김영한 할머니가 숨지기 3년 전인 96년 서울 성북동 7,000여평의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기증해 건립된 절이다.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는 94년 3월 법정스님의 가르침대로 ‘세상, 자연,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며 살자’는 취지에서 법정스님을 회주로 해 발족됐다. 생태사찰 가꾸기, 동백숲나무 가꾸기, 생태문화기행, 알뜰시장, 무료급식, 주말농장 운영 등 환경보호와 생명사랑을 실천해온 시민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