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수재민 위로 순회강연
세계일보| 기사입력 2003-09-17 19:51 | 최종수정 2003-09-17 19:51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법정(法頂·71) 스님이 오랜 침묵을 깨고 법문을 통해 영-호남지역 수재민들을 위로하는 순회강연에 나선다.
법정 스님이 이끄는 시민모임인 ‘맑고 향기롭게’(사무국장 德祖 스님·길상사주지)는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광주, 창원, 부산, 대구 등 남부지방 4개 도시 강연회에 법정 스님이 연사로 나선다고 밝혔다.
이 모임의 김자경(45·여) 기획실장은 “강연회 기획은 진작 이뤄졌지만 장소가 공교롭게 수해지역과 일치하게 됐다”며 “스님이 주로 수재민들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법문을 들려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강원도 정선지방이 다리가 끊어지는 등 수해를 입었을 당시 서울에 들른 법정 스님이 그곳에서 몸소 체험한 경험담을 들려주며 무척 마음 아파했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법정 스님의 근황에 대해 김씨는 “서울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 회주(會主)로 매 짝수달 셋째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정기법회를 이끌고 있고, 건강은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또 ‘맑고 향기롭게’가 매달 발간하는 소식지를 통해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기고하는 것 외에 다른 집필활동은 접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법정 스님은 1954년 당대 큰스님이었던 효봉 스님 아래서 출가했다. 수필집 ‘무소유’를 통해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청빈의 가르침을 던지며 바른 삶의 모습을 제시했으며, 한때 한글대장경 역경위원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92년 20여년 살아오던 송광사 뒤편의 불일암을 등지고 칩거에 들어가 강원도 정선 산골의 화전민이 남기고 간 오두막에 거주하며 홀로 수행정진하고 있다.
법정 스님은 2년전 이곳에서 쓴 글들을 모아 ‘버리고 떠나기’라는 제목의 수필집을 펴내기도 했다.
저서로는 이밖에 ‘서있는 사람들’, ‘산방한담’, ‘물소리 바람소리’, ‘텅빈 충만’등의 수필집이 있다.
‘맑고 향기롭게’는 수행중 하산한 법정 스님이 각박한 세상을 지켜보면서 법문을 통해 ‘연꽃처럼 맑고 깨끗한 삶을 살아가자’(心淸淨 國土淸淨)고 거듭 강조하자 그를 따르는 불자들이 주축이 돼 93년 꾸민 순수 시민운동단체. 이들은 법정 스님의 정신을 본받아 인간의 마음과 세상,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며 살자는 취지에서 자원봉사와 환경보호 활동을 주로 펼치고 있다.
현재 부산, 광주, 대구, 경남, 대전 등 전국 6개 지역에 90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90% 가량이 불자들이다.
하지만 가톨릭의 장익 주교, 원불교 박청수 교무 등 타종교 지도자와 신자들도 일부 참여하고 있다.
“뜻있는 사람이면 남녀노소, 종교에 상관없이 회원에 가입할 수 있고 회비도 일정한 규정없이 자발적으로 정해 헌납하고 있다”는 김씨는 단체 운영과 관련, “100% 회원 후원금으로 재정을 충당, 지역본부별로 독립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이어 “올해로 창립 10년째를 맞았으니까 연말쯤 이사회를 열어 내년 이후의 활동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라며 “수해가 발생하는 등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만큼 이웃과 더불어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쪽으로 잡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법정 스님의 강연일정은 ☎29일 오후 2시 광주 남도예술회관 ☎10월 1일 오후 3시 창원 KBS홀 ☎10월 2일 오후 1시 부산 롯데호텔 3층 ☎10월 4일 오후 2시 경북대 대강당 등이다.
/송성갑기자 sk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