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밥굶는 아이 있는한 언제까지나…”
한겨레| 기사입력 2003-07-10 21:39 | 최종수정 2003-07-10 21:39
■6년째 동대구역서 거리공연하는 박창근씨 “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창근입니다.” 지하철 동대구역 광장 야외 공연장을 가로 지르던 시민들이 무대쪽을 힐끗돌아보지만 이내 가던 길을 재촉한다.
더러는 무대 앞에 섰다 노래 한 곡쯤 듣고는성금함에 천 원짜리 지폐 한장을 넣고 가기도 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면 어김없이 같은 자리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박창근(31)씨는 음반을 2장이나 낸 가수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없다.
그러나 지하철 동대구역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그가 낯익은 얼굴이다.
박씨는 벌써 6년째 매주 토요일마다 ‘결식 아동 돕기 거리공연’을 벌여왔다.
처음에는 대구의 한 복지관을 돕기위해 혼자 공연을 했지만, 지난해 부터는 ‘지금우리 여기에’라는 거리 공연단을 꾸렸다.
거리 공연단은 노래를 부르는 성환우(39)씨와 공연을 돕는 자원 봉사자를 포함해모두 7명이다.
거리 공연 때마다 박씨는 자신의 음반에 담긴 자작곡을 부른다.
평화와 생명의 메세지를 담은 노래도 포함돼 있다.
나머지 단원들은 직장인들이지만, 박씨는 평일에도 대학이나 시민단체 등이마련한 문화행사에 초청받아 노래 부르는 ‘직업 노래꾼’이다.
“화려한 무대도 없고 특별히 시민들의 귀에 익숙한 가요로 흥미를 끌지도않습니다.
꾸준히 같은 자리에서 공연을 펼치다 보면 배고픈 이웃을 돌아보자는우리의 뜻이 시민들에게 전해질거라고 믿습니다.” 매주 2시간씩 공연을 해 모아지는 모금액은 전부 결식 아동이 있는 가정에건네진다.
다섯 가정과 인연을 맺고 매달 모금액을 나눠 보내주고 있다.
공연 준비와 진행을 돕고 있는 구본선(33·회사원)씨는 “우연히 거리 공연단을알게 돼 같이 활동하면서 결식 아동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며 “큰 돈은아니지만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꾸준히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의 야외 공연에는 동대구역 광장을 대구의 공연 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또다른 욕심도 담고 있다.
남을 위한 공연을 벌여 오던 ‘지금 우리 여기에’가 이번에는 자신들을 위한콘서트를 연다.
낡은 음향시설을 새로 마련하기 위한 이번 공연은 12일 오후 7시30분부터 수성구 수성2가 ‘맑고 향기롭게” 법당에서 열린다.
“공연이요 계속해야죠.
밥 굶는 아이들이 있는 한 계속 노래 할겁니다.” 글·사진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