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聯合時論 ※.....
연합뉴스 | 입력 1994.03.29 15:04
.....※ 연합(聯合)時論 ※.....
불가(佛家)의 폭력(暴力)사태
(서울=연합(聯合)) 청정(淸淨)한 삶을 속세로 넓히자는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이 조용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소방호스의 물줄기와 각목과 돌멩이가 어지러이 교차하는 집단난투극이 벌어졌다. 이같은 불교계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을 보는 우리의 느낌은 착잡하다.
이른바 상무대(尙武臺)비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徐義玄총무원장의 3선을 반대하는 범승가종단개혁추진회(범종추)측과 徐총무원장 지지파로 보이는 측 사이에 급기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29일 이른 아침 조계사 경내에서의 일이다. 양측이 뒤엉킨 싸움에서 몇 명이 다쳤고 총무원 건물의 유리창이 박살났다. 맑고 향기롭게는커녕 혼탁하고 살벌한 광경이 연출된 것이다.
범종추측이 주장하는 상무대 비리란 광주(光州) 상무대 이전공사 시공자인 조계종 전국신도회 회장이 거액의 공사대금 선급금 중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徐총무원장의 3선 문제는 "원장의 임기는 4년 중임"이라는 종헌종법 43조의 해석을 둘러싼 다툼이다. 범종추측은 상무대 비리에 徐원장의 직간접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진상규명과 연임반대를 주장하면서 범종추측은 며칠째 연좌시위와 농성을 벌여왔었다.
상무대 공사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었는지. 총무원장의 3선이 종헌에 어긋나는지의 여부에 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다. 30일로 예정된 종회의 총무원장 선출 강행 여부에 대해서도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말할 수 있고 또 말하고 싶은 점은 해탈(解脫)을 얻기 위해서 출가한 스님들이 어째서 세속적 욕망에 집착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느냐 하는 것이다.
불교계에는 그간에도 크고 작은 분란이 잦았다. 그 대부분은 권력과 이권을 둘러싼 것으로 알려졌다. 삭발에 가사를 걸친 스님들이 수십수백명씩 떼지어 밀고 당기고 때리고 부수기도 했다. 불타의 가르침인 자비와 무욕(無慾)은 어디로 갔는지, 신도를 포함한 국민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이 한두번 아니었음은 누구보다도 불교계 지도자와 승려들이 잘 알고 있는 바일 것이다.
스님이 고행 정진하는 것은 그 자신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고 나아가 어리석 은 중생을 깨우쳐 제도하기 위함이다. 스님은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있는 삶을 사는 것인지를 이 사회에 보여주고 가르치는 존재다. 국민이 승려를 남다르게 보는 것도 이같은 승려의 역할 때문이다.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는 불교가 가르치고 스님이 실천하는 가치있는 삶의 한 방식이다. 이 운동은 남을 위해 燈 밝혀주기, 장기 기증, 이웃돕기 등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운동이 시기, 반목, 이기심(利己心)을 깨끗이 씻어주는 시원한 샘물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같은 불교와 스님에 대한 기대 속에 폭력사태가 불거져 나온 것은 유감이다. 종단에는 원로들도 많이 있고 합법적으로 구성된 기구와 종헌종법도 있으므로 문제가 있다면 대화와 절차, 법규에 따라 해결할 일이지 폭력의 맞대결이란 안될말이다.불행한 사태가 하루 빨리 이성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조계종단은 앞 으로 다시는 유사한 분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사태를 화합과 단결의 계기로 삼기를 당부한다.(끝)